헐리우드 악녀 전담 배우 베티 데이비스에 관하여

욕심 많고 연기 잘하는 할리우드 최고 여배우 베티 데이비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베티 데이비스는 1930년대에서 1980년대 죽는 날까지 배우 생활을 놓지 않은 미국 최고의 여배우 중 한 명입니다. 그래서 미국 영화계의 퍼스트레이디란 별칭을 얻을 정도였는데요. 미국영화협회 선정 가장 위대한 배우 2위임에도 한국인에게는 조금 생소한 편입니다. 물론 옛날 분들은 많이들 아시겠지만요. 대중이 당시 인기 여배우 비비안 리나 그레타 가르고 그리고 잉그리드 버그만을 아는 만큼은 아니란 거죠.

 

 

마력의 소유자 베티 데이비스

 

 

아마도 세계인은 얼굴 예쁜 배우만 기억해서 그런 것도 있을 테고요. 물론 베티 데이비스가 박색은 아니지만 당대 활약한 여배우 중 외모가 특출하다고 볼 수는 없는 배우이긴 합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나 메릴 스트립도 외모보다는 연기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베티도 미모과보다는 연기과에 더 가까우며 연기만으로 대중이 충분히 아름다운 여배우로 착각하게 할 마력의 소유자이니까요.

 

국내 인기 여배우들 중에도 공효진이나 신혜선 그리고 서현진 등은 얼굴만 보면 엄청난 미인들은 아니지만 그들의 연기력으로 인해 그 어떤 아름다운 배우보다 예뻐보이고 인기가 있듯이 베티 데이비스는 여배우 최초로 아름다움을 연기한 배우라고 합니다. 

 

 

 

 아름다움을 연기한 최초의 여배우

 

당시 섹시하고 아름다운 배우 일색이던 시절이라 웬만한 생김새 가지고는 명함도 못 내밀던 시대였는데요. 특히나 1930년대 중후반에서 40년대는 미국 사회에서 모든 면에서 기준 혹은 표준을 만들어 놓은 터라 미인의 기준도 정확하게 설정해 두었는데요. 그래서 그만큼 그 시대에 미인도 많고 미인을 보는 기준도 까다로웠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전쟁통이라 남성중심 사회가 되다 보니 더욱 예쁘고 섹시한 여성들이 선호된 것이고요. 

 

그러나 베티는 눈이 크고 입이 작고 여리여리한 체형으로 보호본능을 자극할만한 요소는 있었지만요. 워낙 출중한 미인들이 득세하던 시절이고 베티처럼 비슷하게 생긴 미인이 흔한 터라 그녀가 아름다움으로 승부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그리고 가뜩이나 선점한 여배우 조앤 크로퍼드가 있었고 그녀는 베티보다 훨씬 섹시하고 아름답고 몸매도 출중했기 때문입니다.

 

 

 

 나름 성골 출신 베티의 야망

 

베티는 어린 시절부터 나름 한이 많은 배우였습니다. 소위 미국인의 심장, 북동부 메사추세추의 전형적인 금발 아이로 태어난, 자신의 입으로도 양키라고 했던 성골 출신이었습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나름 명문가 자제로 명문 학교를 나왔고요. 그녀의 아버지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특허 전문 변호사였고요. 어머니는 전문 포토그래퍼였습니다. 요즘에야 개나 소나 다 포토그래퍼라고 할 수 있지만 당시 사진기가 얼마나 비싼 장비였는지 아신다면 엄청 고급스러운 취미나 전문 직업이라고 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부부 사이는 오래 가지 못했고 베티가 7살 때 부부는 이혼하여 베티의 여동생 바바라는 엄마가 키우게 되는데요. 빠듯한 살림에도 아이들을 명문 기숙학교에 보내면서 학구열을 높입니다. 베티는 버크샤 기숙학교에 들어갔다가 쿠싱 아카데미를 졸업하였는데요. 그 학교 연극반이 나름 유명했던가 봅니다. 로렌 바콜도 그 학교를 다니다 말았다고 하는데요. 베티는 졸업 후 연기 학원인지 학교 같은 곳에서 연기 수업도 배우고 춤도 배우면서 일단 기초를 다져 놓습니다. 

 

 

 베티의 이름에 얽힌 사연

 

베티는 학창시절부터 지는 것을 싫어하고 항상 선두에 서는 것을 좋아하는 대장 역을 도맡아 했던 모양입니다. 학교에선 이미 매력 넘치고 연기 잘하는 스타였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실전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예쁘고 섹시함만 추구했던 할리우드 바닥에서 베티는 뭔가 한참 부족해 보였습니다. 

 

당시는 스크린보다 브로드 웨이 연극 무대가 더 활기가 있었기에 베티는 연극판에서 주목을 받았고 21살에 라이징 스타가 된 후 헐리우드에 와서 계약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전을 면치 못하다 워너 브라더스와 계약하면서 워너를 대표하는 배우로 등극합니다. 

 

베티의 본명은 루스 엘리자베스 데이비스입니다. 그녀는 어릴 때 베티라고 불려왔는데요. 배우 데뷔 후에도 베티라는 예명을 사용했지만 betty가 아닌 bette 라고 사용합니다. 스펠상으로는 베테라고 하거나 베트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그녀를 베티라고는 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애매하게 스펠을 바꿨을까 했더니 이름에 얽힌 사연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 소설 중에 종메 베테 혹은 사촌 베트가 있는데요. 이 소설 줄거리는 절세미인 사촌을 베테가 시기 질투하여 평생 저주와 복수로 원한을 해소한다는 내용입니다. 중간에 양아치 같은 남작이 있어서 가스라이팅 한 것도 있는 것 같지만요. 보통 예명이라고 하면 예쁘거나 추구하는 이미지를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베티는 사촌 베테를 오마주해서 그녀 이름을 따라지었다고 합니다. 너무 특이하지 않나요? 그래서인지 그녀는 악역 전담 배우로 이름을 날리게 됩니다. 

 

 악역 전담 배우

 

30년대에서 40년대 당시에는 여배우들이 자신들의 이미지 손상을 가져오는 나쁜 배역은 꺼려했다고 합니다. 물론 예쁜 배우들에 국한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베티는 이 틈새 시장을 공략한 겁니다. 전략적으로 공략한 것도 있겠지만 약간 악녀 페티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못되고 독특하고 괴팍한 캐릭터에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 같습니다. 약간 본성도 작용하는 것 같고 내숭을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인 것 같기도 하고요. 마치 한국의 윤여정 같은 느낌이 나긴 합니다. 

 

여하튼, 그녀는 모든 연기를 완벽하게 구현하였습니다. 신파보다는 스릴러 물에 특화된 배우였고 스크린 속에서 예뻐 보이기 위한 노력을 한 게 아닌 예쁨을 연기한다거나, 캐릭터에 맞게 연기하는 걸 추구했습니다. 연기에 미쳐 산 배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배우 생활을 좋아한 것 같습니다. 뭐랄까 돈을 벌거나 사치나 허영을 부리고 싶어서 배우가 된 것이 아닌 그녀는 진짜 배우가 좋아서 배우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여정이 돈의 힘으로 연기했다면 베티는 연기의 힘으로 인생을 살은 것 같다고나 할까요?

 

유방암에 걸려도, 수술 후 뇌졸중에 걸려 안면 마비가 와도 굴하지 않고 연기에 몰두했습니다. 어떤 역이든 마다하지 않았지만 배드걸, 나쁜계모, 제인의 말로 등 독특하고 괴팍한 캐릭터는 다 맡아서 하였습니다. 물론 멋지고 우아한 역할도 했었겠죠. 그러나 배우로는 악착같이 치열하게 모든 것을 다 해낸 배우지만 사랑과 사생활에 있어서, 특히 가족 간의 관계라던가 여러 면에 있어서는 능력치를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그 시대 다른 배우들에 비해선 비교적 양호한 편이긴 합니다. 

 

 

https://youtu.be/mJ2wpMg8P6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