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창고178 이란의 혼을 지켜낸 6만 절의 서사시 샤나메 세계 문학사에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오디세이아'에 비견되지만, 샤나메는 그 분량이 7배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란의 가정에는 코란 옆에 항상 샤나메가 놓여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책은 이란인들의 자부심이자 정신적 지주다. 피르다우시는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 시의 씨앗을 뿌렸으므로"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샤나메는 페르시아인들에게 영원히 늙지 않는 신분증이 되어 민족의 혼을 지키고 있다. 1. 펜으로 쌓아 올린 불멸의 성인류 역사상 단 한 명의 작가가, 단 한 권의 책으로, 한 문명 전체의 언어와 정체성을 구원한 사례가 있을까? 페르시아의 시인 피르다우시가 쓴 '샤나메(Shahnameh, 왕들의 책)'가 바로 그런 기적의 서사시다. 기원후 10세기, 페르시아는 이슬람 제.. 2025. 12. 6. 외눈박이의 계보학 문학이나 신화, 서브컬처 텍스트에서 '외눈박이' 혹은 '애꾸눈'이라는 모티프는 매우 빈번하게 등장한다. 질문한 바와 같이 이것이 모두 오딘의 영향인지, 아니면 오딘 역시 다른 원형을 차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비교신화학적 분석이 필요하다.물론 모든 외눈박이가 오딘을 레퍼런스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서사학적으로 '외눈'은 크게 두 가지의 상반된 줄기로 나뉜다. 하나는 오딘으로 대표되는 '지혜와 희생'의 계보이며, 다른 하나는 그리스 신화 속 키클롭스로 대표되는 '야만과 결핍'의 계보이다. 1. 1계보: 오딘형 (The Wise One) - "보이는 것 너머를 보다"판타지 문학이나 영웅 서사에서 지도자, 현자, 마법사가 외눈이거나 안대를 한 경우는 대개 오딘의 원형을 따른다. 여기서 눈을 잃었다는 것은 '육체적.. 2025. 11. 28.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음료 키케온에 관하여 고대 그리스의 의례적 음료 ‘키케온’은 명칭이 “섞다(κυκάω)”라는 동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문자적으로 ‘혼합물’이라는 뜻을 갖습니다. 1. 키케온 음료에 관하여곡식의 여신 데메테르가 딸 페르세포네의 실종 후 방황하다가, 엘레우시스의 왕족 세레스의 집에서 ‘키케온’을 마시는 장면이 호메로스 찬가에 나타납니다. 문헌상으로는 호메로스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데메테르 찬가』 등에 등장하며, 보통은 보리 (barley)와 물, 일부 허브 등이 섞인 음료로 묘사된다.한편, 이 음료가 단순한 곡물 음료가 아니라 일종의 신비적·변성적(psychoactive) 경험을 위한 매개였다는 주장이 현대 학계에서 제기되어 왔습니다. 곡물에 기생하는 맥각균(ergot)에서 유래한 알칼로이드 가능성 등이 그 근거이.. 2025. 11. 21.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와 딸 페르세포네 신화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신화는 그리스 신화에서 계절의 변화를 설명하는 가장 유명하고 슬픈 이야기 중 하나이다. 이 신화의 중심에는 대지와 풍요의 여신인 데메테르와 그녀의 딸인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가 있다. 1. 평화로운 나날태초에, 세상은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의 축복 아래 있었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딸 페르세포네는 대지 위를 거닐며 꽃과 함께 피어나는 봄의 화신과 같았다. 페르세포네는 어머니와 함께 지상의 초원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으며, 이는 데메테르에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한편, 지하 세계의 신 하데스는 어둡고 고독한 자신의 왕국에서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지상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의 페르세포네를 보게 되었고, 그녀를 자신의 왕비로 맞이하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하데스는 자신의.. 2025. 11. 21. NASA의 제미나이 프로젝트 NASA의 제미나이 프로젝트(Project Gemini)는 미국이 달에 인간을 보내기 위한 아폴로 프로젝트(Project Apollo) 이전에 1961년부터 1966년까지 수행한 유인 우주 비행 프로그램이다.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아폴로 임무의 성공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과 경험을 확보하는 데 있었다. 'Gemini'는 라틴어로 '쌍둥이'를 뜻하며, 우주선에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것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1. 제미나이 프로젝트1960년대 초반, 미국은 아폴로 프로젝트로 달에 착륙하기 이전 단계로 ‘우주에서 인간이 오래 머무를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NASA의 제미나이 프로젝트(Gemini Program)였다. 머큐리 프로젝트가 단순한 ‘우주 비행의 가능성’을 보여준 .. 2025. 11. 19. 오리온의 허리띠 오리온자리의 허리띠를 이루는 민타카, 알닐람 ,알니탁은 단순한 별의 배열을 넘어, 천체 물리학적 경이로움과 인류 문명사 전반에 걸친 심오한 상징 체계를 내포하고 있다. 1. 오리온 초거성들의 웅장함이 세 별은 모두 태양계에서 수백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광도와 질량이 태양을 압도하는 O형 또는 B형 거성 및 초거성들이다.극도의 광도와 질량: 이 별들은 태양 질량의 $15\sim 60$배에 달하며, 태양보다 수만에서 수십만 배 밝게 빛난다. 특히 알닐람은 절대 등급이 가장 높아 오리온자리 중 가장 먼 거리(약 2,000광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밝게 보인다.단기적인 생명 주기와 초신성 폭발 가능성: 이처럼 질량이 큰 별들은 핵융합 반응이 격렬하여 생명 주기가 매우 짧다(수백만 년 단위). 이들 중 .. 2025. 11. 11. 빛의 서 조하르에 관하여 조하르 (Zohar, 히브리어: זהר)는 '광휘', '빛', 또는 '찬란함'을 의미하며, 유대교 신비주의인 카발라의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 간주된다. 이는 토라 (모세 오경)에 대한 신비주의적 주석서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신과 우주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담고 있다. 1. 조하르의 명칭 및 의미1. 명칭 및 의미정식 명칭: 세페르 하조하르 (Sefer ha-Zohar, 빛나는 책)이다.언어: 중세 아람어와 일부 중세 히브리어로 작성되었다. 이는 신비주의적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2세기 팔레스타인에서 사용되던 아람어를 모방한 것이다.2. 저자와 성립 시기전통적 주장: 조하르의 본문은 2세기경의 현인인 랍비 시몬 바르 요하이와 그의 제자들의 논의를 기록한 것이라고 전해진다.학문적 견해: 대부분의 현.. 2025. 11. 9. 정통 신학이 그노시스를 극혐하는 이유 정통 신학에서 창조주는 선한 하나님이며, 그분이 만든 세계도 "보시기에 좋았다"는 선의 창조로 규정된다. 그러나 그노시스는 정반대의 전제를 세운다. 세계는 "불완전한 모방물"이며, 창조자는 "무지한 모조자"로 본 것이다. 1. 진짜 신과 가짜 신따라서 성경도 전면적으로 '참된 신의 계시'로 읽히지 않는다. 그노시스주의자들은 성경 안의 많은 구절, 특히 창세기 속의 '하느님'을 데미우르고스의 목소리, 즉 인간을 통제하기 위한 신적 위장술로 해석했다.정통 기독교는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은 절대선"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그노시스주의는 그 전제를 무너뜨린다. "이 세상을 만든 신은 참된 신이 아니다. 그는 무지한 장인 데미우르고스이며, 인간의 영혼을 물질에 가둔 자다." 이 한 문장만으로 기독교.. 2025. 11. 6. 이전 1 2 3 4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