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라쇼몽 줄거리
헤이안 시대 말기, 황폐해진 교토의 라쇼몽(나생문)이라는 거대한 성문이 배경입니다. 잇따른 재해와 기근으로 세상은 혼란에 빠졌고 성문은 시체들을 버리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주인에게 해고당한 어떤 하급 무사가 비를 피해 라쇼몽 아래에서 망연자실 서 있었습니다.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그는 도둑이 될까 고민도 했지만 망설이는 가운데 성문 위 누각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올라가 보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바로 한 늙은 노파가 죽은 여인의 시체에서 머리카락을 뽑고 있던 겁니다. 하급 무사는 노파의 행위에 분노하며 그녀를 추궁합니다. 그러자 노파는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어 팔지 않으면 굶어 죽게 생겨서 그랬다고 둘러댑니다. 그러면서 죽은 여인도 생전에 사람을 속여 뱀 고기를 팔아 살았으니 자신의 행위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변명합니다.
노파의 이야기를 들은 하급 무사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노파를 나무랐지만 자신 역시 살기 위해 도둑이 될까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자신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몸이라고 말하며 노파의 옷을 뺏는 도둑이 되어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소설 라쇼몽 리뷰
참고로 라쇼몽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라고 합니다. 저도 영화로 나온 건가 싶었는데 작가의 덤불 속을 모티브로 제목만 그리 한 것이라고 합니다.
라쇼몽은 스무 살 무렵에 읽은 책입니다. 삶의 경험도 짧았던 제게 책이 주는 메시지는 너무도 강렬해서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폐허가 된 라쇼몽을 통해 당대 사회의 몰락과 인간 본연의 어두운 면을 예리하게 통찰합니다.
인간 본성의 탐구를 주제로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모순적인 작품입니다. 노파도 살기 위해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다지만 무엇이 비윤리적인 행위였는지 지금 생각하면 좀 새삼스럽긴 합니다. 과거에는 이만한 일 가지고도 가책을 느끼고 충격을 받았는데 요즘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는 참담한 수준이니까요.
저는 라쇼몽 작가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것도 모르고 읽었고 제목도 오랫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 내용은 마치 영화를 본 듯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작가는 불필요한 서술을 배제하고 간결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문체로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능력이 탁월한 자라고 합니다. 짧은 분량임에도 깊은 여운과 함께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힘이 있습니다.
3. 라쇼몽의 배경 설명
류노스케의 라쇼몽은 1915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당시 작가의 나이는 23살이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이 나이대가 가장 창작욕이 불타고 가장 번득이는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운동선수는 20세 이전이 가장 왕성한 체력을 보여준다면 문학적 상상력은 이십 대 초반이 가장 왕성하다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작가 역시 이 소설의 영감을 받은 작품이 있었습니다. 일본 헤이안 시대의 설화집 곤자쿠 이야기집을 즐겨 읽은 그는 여기서 많은 작품의 소재를 얻었다고 합니다. 특히 라쇼몽과 코는 개인적인 연애사로 인해 마음이 어두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현실에서 벗어나 유머러스한 고전의 세계에 빠지고자 하는 의도에서 썼다고 합니다. 동기는 이랬는데 사회적 울림이 엄청 큰 아이러니라니요.
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문체 특징과 일생
류노스케는 당대 문단에서 새로운 문학적 형식과 기법을 추구했다고 해서 기교파로 불렸습니다. 당시로서는 신세대 젊은 작가로 엄청난 이슈가 되었을 것 같은데요.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던 이 천재 작가는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짧은 활동 기간 수많은 걸작을 남겨 일본 문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입니다.
그의 뛰어난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35년 아쿠타가와상이 제정되었고 이 상은 일본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로 일본 문단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4.1. 류노스케의 대표적인 작품 리스트
-라쇼몽(1915)
-코(1916):나스메 소세키의 극찬을 받으며 작가의 존재감을 알린 작품입니다. 외모 컴플렉스와 인간의 허영심을 다루었습니다.
-거미줄(1918): 불교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인간의 구원과 자비, 그리고 이기심을 다루었습니다.
-지옥변(1918):예술가의 광기와 예술 지상주의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작품입니다.
-덤불속(1922):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인물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진실의 상대성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의 원작이기도 합니다.
-갓파(1927):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현실 세계를 비판적으로 풍자한 환상 소설입니다.
-어떤 바보의 일생(1927):작가의 자전적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작가의 불안과 고뇌가 짙게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톱니바퀴(1927):이 역시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정서적 불안과 환각 증세가 섬뜩하게 묘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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