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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창고

행복과 순수함의 상징 잠자리(드래곤플라이)에 관하여

by winter-art 2021. 9. 27.

길모어 걸스에 나오는 드래곤플라이 인은 우리 말로 잠자리 여관을 의미한다. 어쩌면 이렇게도 절묘하게 이름을 잘 지었을까? 길모어 걸스 작가가 어릴 때 한국인 친구를 사겨서 흥미롭게 여기고 지은 걸까? 설마 그랬다면 벌써 회자되었겠지. 혹시나 내가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해서 찾아보니 역시나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 길모어 걸스의 드래곤 플라이 모텔은 상징적인 장소이지만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다. 

 

삶의 변화와 적응하는 지혜를 의미하는 잠자리

 

 

그래서 호기심에 잠자리를 검색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의미와 상징이 담겨있었다. 어릴 때 수도없이 잡고 좋아했던 잠자리에게 이렇게 많은 스토리가 있었다니 놀랍다.

 

예부터 잠자리 토템은 삶의 변화와 적응하는 지혜를 의미했다고 한다. 영혼의 동물로서 빛과도 연관이 깊으며 행복, 속도 및 순수함을 나타낸다고 한다. 미국의 원시 부족 인디언들은 잠자리가 한 때 용이었다고 믿고 있는데 그래서 드래곤플라이로 지어진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바호 부족드른 잠자리를 순수한 물의 원천으로 보고 초자연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서 잠자리를 죽이는 것을 금기시했다.

 

물에 사는 요정 잠자리

 

서양에서 잠자리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에는 잠자리가 물에서 사는 요정이라고 생각해서인가 보다. 서양의 신화 속에 요정들이 남다르게 작용하는 걸 보면, 작은 동물 특히 날개달린 곤충들이 요정으로 안 보이는 게 이상하겠지.  드래곤플라이는 빠르고 민첩하지만 수명이 짧다. 그래서 찰나의 기쁨처럼 여기는 걸까?

 

 

 

또한, 켈트족의 신화에는 잠자리에 관한 스토리가 엄청 많다. 전설 속에 등장하는 잠자리는 마법의 존재인데 날개는 무지개빛을 띠며 잠자리 눈은 360도로 굴리며 환영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한계 너머의 특별한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을 상징한다. 자연 속을 날아다니지만 종종 연못이나 호수 등 물가 가장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잠자리는 자연 친화적인 특징을 지니며 봄, 부활 그리고 갱생까지 관여하는 것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 걸 상징한다. 

 

기독교에서도 각별히 여기는 잠자리

 

 

 

잠자리가 원시 부족들 사이에서 영적인 부분을 관장한다고 했을 때 기독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잠자리는 기독교에서도 엄청 각별하게 여기는 모양이다.  그들은 물 속에서 태어나 빛으로 떠오르기 전 어둠속에서 살아있고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투명하며 햇볕에 닿았을 때는 마치 마법처럼 아름답고 화려하고 변하는 모습이 예수의 빛이 그들에게 비칠 때 인간이 변형되고 거듭난다는 기적처럼 여겨 의미와 상징을 담는다.

 

나라별 잠자리를 대하는 태도

 

잠자리를 숭배하는 일본

 

 

 

영국 원주민 켈트 신화에 이어 웨일스 신화에서 잠자리의 의미는 뱀이 뱀을 따라다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뱀의 한 종류로 본다. 한국과 바로 옆에 붙어있는 일본도 잠자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일본은 잠자리를 숭배하는 쪽에 가까울 정도다.  일본에는 잠자리가 여름의 끝과 겨울의 시작을 나타내는데 대마도로 불리는 일본의 아키쓰시마는 섬의 모양이 잠자리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날개없는 잠자리라고 하면 그럴듯한 것 같기도 하다. 이 섬의 이름은 일본의 초대 천왕 진무 덴노가 지었다고 하는데  일본 사람들은 잠자리가 죽은 사람들의 여름 잔치를 위해 돌아온 죽은 조상들의 귀환을 돕는 일종의 옵저버로 믿었다고 한다. 확실히 일본은 상상력이 풍부하다.

 

 

한국은 잠자리가 정력과 득남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중국에서는 잠자리의 영혼이 행운을 불러와 사랑의 주문을 외칠 때 사용된다고 한다. 역시 중국은 사랑을 중시한다. 아무래도 한국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서 찾아봤더니 본래 잔잔한 날갯짓을 한다는 의미의 잔자리에서 잠자리로 변형되었다고 하고 모양이 남근을 상징한다하여 정력제로 사용되고 득남을 기원하는 상징으로 쓰였다고 한다. 아무리 뿌리깊은 농경 사회 문화라고는 하지만 사연이 참 처참하다. 

 

우리와 비슷한 베트남은 어떨까 이 나라는 잠자리가 날씨를 예측하는 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잠자리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고 보고 높이 날면 날씨가 화창하고 밝으며 중간쯤으로 날면 하늘이 흐려진다는 것을 예상한다고 하는데 한국보다 현실적이며 덜 원시적인 것 같아서 부러울 정도다.

 

다시 일본 얘기로 넘어가서 일본은 잠자리를 국장으로 여기며 좋아하는데 잠자리가 기쁨과 부활을 상징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북미 원주민들에게는 잠자리가 죽은 영혼을 상징한다는 것도 참고하자. 

 

북유럽 스웨덴도 잠자리에 대해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들에게 잠자리는 영혼의 순수성을 측정하는 도구로 이용된다는데 사용법은 알 길이 없다. 

 

덴마크와 포르투갈은 악마의 바늘로 어둠을 상징

 

덴마크와 포르투갈에는 잠자리가 어둠을 상징한다. 이들에게 잠자리는 악마의 바늘로 불린다고. 투명하게 태어난 잠자리가 빛을 받으면서 색채를 띠다가 죽은 후에는 다시 색이 없고 투명해진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움을 느낄 만하다. 

몇몇 나라에서 잠자리에 대한 상징은 극과 극이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상징 중 죽음이 조금더 우위에 있다. 

 

아르데코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장식품

 

짧지만 강렬했던 문화의 획을 그었던 아르 데코 시절은 자연 친화적인 삶의 끝판왕이었다. 온세상이 아름다웠고 인간의 손에 의해 자연을 모티브로 인공적인 아이템이 수두룩하게 만들어졌다. 아름다움을 전제로 한 이 아이템 중 잠자리는 아르데코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장식품이었다. 

 

드라마 길모어 걸스에 나오는 호텔 이름 드래곤 플라이

 

 

길모어걸스에서 모텔 이름을 드래곤플라이로 지은 이유는 미국의 순수한 시절 혹은 자연친화적인 아주 원초적인 미학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리 지었던 게 아닐까? 순수하고 행복한 시절을 회상하는 기분으로 잠자리 모텔이라고 지은 게 분명하다. 공교롭게도 드래곤플라이가 아닌 잠자리 모텔 혹은 잠자리 여관이라고 불려도 기막히게 탁월하게 느껴지는 언어의 유희를 만끽하면서 이만 마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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