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성경을 읽으면서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 점이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레위 지파는 모든 권력의 중심에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뭔가 영리한 전략을 구사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인데요. 왜 하나님께 특별한 선택을 받았는지 정말로 그런 대접을 받을만했는지 한번 찾아봤습니다.
레위 지파가 제사장 직을 맡게 된 배경
레위 지파는 이집트 탈출 이후 특별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받고 있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사이를 못 참고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 숭배를 하였습니다. 출애굽기 32장을 보면, 이때 산에서 내려온 모세가 대노하여 여호와의 편에 설 자는 내게로 오라고 외쳤을 때 레위 지파만이 응답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우상 숭배자들을 처단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수상합니다. 그렇게 신실했다면 애초부터 사람들 우상 숭배를 막았어야 하는데 잠자코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여호와의 편에 서면서 대단한 일을 한양 굴고 있었네요. 엄청 영리한 지파가 아닌가 합니다.
모세의 극적인 등장과 모세의 명령에 따라 자기 동족을 칼로 죽이기 시작하면서 하루 만에 약 3000명을 학살한 것이 바로 레위 지파입니다.
예수도 비판한 십일조의 기원과 무용함에 관하여
십일조(tithe)는 소득의 10%를 하나님께 바치는 제도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 돈으로 땅을 소유하지 않은 레위지파와 약자에 속하는 고아나 과부 그리고 이방인에게 나눠 주라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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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금송아지 사건 이후로 모세와 하나님의 신뢰를 얻은 레위 지파는 또 한 번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갈 때 레위 지파만 땅을 기업으로 받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섬기는 직책을 독점으로 맡아서 하게 되며 백성의 십일조를 받아 생활하도록 합니다. 민수기 18장을 보면 그에 관한 내용이 잘 나와 있습니다.
레위 지파가 가나안 땅을 받지 않은 이유는?
보통의 지파라면 하나님이 말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더 많이 가지려고 했을 것인데 레위 지파는 처음부터 땅을 받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하나님의 선택이라고 보긴 어려워 보입니다. 민수기 32장을 보면 르우벤과 갓 지파는 전쟁에서 이기기도 전부터 자신들의 목축업 하기 좋은 땅을 받게 해달라고 딜합니다. 이런 것을 보아 레위 지파도 미리 선수 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거죠.
레위 지파가 판단하기에 가나안 정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물리적 땅보다 더 중요한 자원을 독점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한 겁니다. 전쟁을 통해 분배받을 수 있는 땅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각 지파마다 배정된 땅이 있고 후대에는 상속을 통해 나뉘게 될 것을 아니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게다가 가나안은 농업 기반이라 가뭄이나 흉년, 그리고 전쟁 등의 위협을 피할 수 없었을 테니 레위 지파는 농업을 포기하는 대신 십일조를 선택한 겁니다. 엄청 영악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레위 지파 출신 모세와 아론 이들의 계획
더군다나 모세와 아론도 같은 레위 지파 출신입니다. 모세는 레위 가문의 대표적 인물이고 아론은 초대 대제사장이 되었습니다. 율법을 만든 모세와 제사 제도를 만든 아론이 같은 레위 지파 출신입니다. 이것이 단순한 우연 혹은 오롯이 하나님의 선택이라고는 보기 힘들지 않을까요? 공정과 공평을 강조하는 하나님이 말입니다. 이는 레위 지파가 조직적으로 모세를 통해 신정 정치를 수립한 것은 아닌지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모세가 율법을 통해 레위 지파를 중심으로 한 종교 시스템을 구축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단 거죠. 그렇게 레위 지파가 조직적으로 모세의 신탁을 이용해 종교적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 실리를 최대한 확보한 십일조 시스템
십일조 제도는 하나님의 명령보다는 레위 지파가 만든 시스템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성경의 서술 방식이 수상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직접 명령한 것은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라고 하지만 십일조에 관한 명령이 나올 때면 문맥이 레위 지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등장합니다. 레위 지파는 땅을 받지 않는 대신 백성에게 십일조로 연명한다는 식이고요. 그것도 레위 지파가 독점한다는 것에 말이 나올까 싶었는지 고아와 과부 그리고 이방인 등 약자를 도우는데 쓴다는 명분을 달아 버렸습니다.
그렇게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최대의 부를 이룬 지파가 바로 레위 지파입니다. 실질적인 노동없이 지속적인 소득을 창출하는 구조였으니 기발하고 또 기발합니다. 그놈의 뜬구름 잡는 땅을 되찾는다는 구실로 백성의 목줄을 잡고 공포 정치를 제대로 한 것이죠.
레위 지파의 뿌리에 관하여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모세와 아론 그리고 이들의 뿌리인 레위 지파가 상당히 무섭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게다가 레위 지파는 야곱이 저주했던 지파였는데 하나님을 모시며 권력을 장악하다니요. 이런 것을 보면 레위 지파는 성경 속 가장 영리한 정치 집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레위 지파의 뿌리는 어떻게 될까요? 창세기 34장을 보면 레위 지파의 잔혹성을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레위와 시므온은 그들의 여동생 디나가 세겜에게 능욕을 당하자 세겜 사람들을 속여서 모두 학살해 버린 사건이 있습니다. 이때도 무슨 세겜과 결혼할 것처럼 굴면서 그러려면 남성 모두 할례를 받아야 한다면서 아주 참혹한 음모를 꾸미죠. 돌이켜보면 금송아지 사건처럼 계략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이 사건 이후 야곱은 레위와 시므온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들의 분노와 잔혹성을 경계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야곱은 죽기 전에 축복을 내린 가운데 레위와 시므온에게는 그들의 분노가 너무 맹렬하니 그들을 흩어버리겠다고 선언까지 하였습니다. 창세기 49장을 보면 시므온과 레위는 형제요, 그들의 칼은 폭력의 도구로다. 내 혼아 그들의 모의에 상관하지 말 지어라. 그들이 분노대로 사람을 죽이고, 제 멋대로 소의 발목 힘줄을 끊었음이로다. 그들의 분노가 혹독하니 저주를 받을 것이요, 그들의 진노가 맹렬하니 저주를 받을 것이라. 내가 그들을 야곱 중에서 나누며, 이스라엘 중에서 흩으리로다,라고 했으니 거의 저주에 가깝잖아요?
레위와 시므온은 레아에게서 나온 야곱의 아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종교 권력을 독점했다는 것이 너무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야곱의 말대로 이들이 흩어지긴 했으나 야곱의 경고와는 다르게 신정 정치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지파와의 갈등은 지속되고요.
레위 지파의 권력 다툼
출애굽 이후 레위 지파가 그렇게 권력을 잡게 되면서 야곱의 다른 후손들과 직접적인 갈등이 일어나게 됩니다. 민수기 16장에 보면 레위 지파의 한 가문인 고라가 반란을 일으키게 되는데요. 왜 아론과 모세만 제사장 역할을 하느냐부터 모든 백성이 거룩한데 왜 너희만 독점하느냐고 따지죠. 그러자 하나님이 고라와 그의 지지자들을 땅속으로 삼켜버립니다. 그러면서 제사장직은 아론 가문에게 독점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고라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또한, 제사장직을 독점하고도 왕권과 충돌하는 일도 생깁니다. 왕정이 세워지기 전에는 제사장이 종교와 정치의 중심이었는데 다윗 이후 왕정이 세워지면서 제사장들이 왕권과 대립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사울 왕이 레위 지파의 제사장들을 학살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오죽했으면 85명의 제사장과 그들의 가족을 몰살했나 싶네요. 그리고 열왕기상 2장에는 솔로몬이 아비아달 제사장, 역시 레위 지파 소속이었고요. 이를 축출하고 사독 계열의 제사장을 세우게 됩니다. 그러면서 세력이 약화되었나 본데요. 어찌 보면 아버지 야곱이 저주처럼 시므온과 레위는 흩어지게 됩니다. 시므온 지파는 가나안 정착 후 세력이 약화되고 유다 지파에 흡수되면서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고요. 레위 지파는 종교 권력으로 살아나서 온갖 권력을 행사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권력 비리로 소멸해 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모세와 레위 지파가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순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치밀한 서사가 완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금송아지 사건부터 십일조 사건 그리고 율법 해석을 독점한 레위 지파 생각할수록 용서가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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