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챕터 2, 두 번째 이야기는 이스마엘이 값싼 모텔을 지속적으로 찾아다니다 드디어 가장 저렴해 보이는 모텔을 찾게 된 것입니다. 물보라 여인숙 혹은 스파우터 코핀 인으로 마치 유로클리돈 역풍을 제대로 맞은 낡은 모습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어둠과 비애에 관하여
Such dreary streets! blocks of blackness, not houses, on either hand, and here and there a candle, like a candle moving about in a tomb.
챕터 1에서 축축하게 내리는 11월의 비처럼 음산함을 절묘하게 표현한 구절이 나옵니다. 음산한 거리! 집이 아닌 암흑의 덩어리들 여기저기 불이 있는데 마치 무덤 안을 움직이는 어떤 초와 같다고 합니다. 뭔가 어른거리는 불빛들이 보이는 전경이 음산하고 불길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조용한 마을에 십자가 불빛들이 여기저기 보이는 이미지가 연상되더라고요.
At this hour of the night, of the last day of the week, that quarter of the town proved all but deserted. But presently I came to a smoky light proceeding from a low, wide building, the door of which stood invitingly open. It had a careless look, as if it were meant for the uses of the public; so, entering, the first thing I did was to stumble over an ash-box in the porch. Ha! thought I , ha, as the flying particles almost choked me, are these ashes from that destroyed city, Gomorrah? But ' The Crossed Harpoons, ' and ' The Sword- Fish'?- this, then, must needs be the sign of ' The Trap.' However, I picked myself up and hearing a loud voice within, pushed on and opened a second, interior door.
주말 마지막 밤의 모습은 황폐하기 짝이 없지만 나는 낮게 깔린 어스름한 빛을 띤 넓은 건물에 마치 초대라도 한 듯 열어 높은 문 앞에 섰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은 마치 공중 화장실처럼 부주의하게 열려 있다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사물의 의인화로 문이 부주의한 시선으로 일관했다는 듯 표현하였는데요. 너무나 절묘한 표현 같습니다.
다시 상상을 해보겠습니다. 춥고 가난한 청년이 가장 값싼 호텔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 가운데 그중에서 가장 만만해 보이는 모텔을 찾아서 들어가기 직전이었던 거죠. 그런 것을 작가는 참으로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스마엘은 현관문의 부주의한 시선에 걸맞게 입구에서 애쉬박스에 걸려 넘어질뻔하였습니다.
애쉬박스는 재를 담아두는 쓰레 받기 같은 것이더라고요. 가벼운 잿덩이를 담는 것이기에 뚜껑이 달려 있는 것이고 쓰레받기는 뚜껑 없이 잡다한 쓰레기를 모아 담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스마엘은 잿덩어리가 담겨있는 상자를 발로 찼으니 날아오르는 잿덩어리에 질식할 뻔했던 거고요. 고모라에서 온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은데요. 성경 속 소돔과 고모라가 유황불로 멸망한 것을 상기하게 합니다. 성경의 내용을 알지 못하면 아리송할 수 있는 대목인 거죠.
그리고 크로스 작살이란 뜻의 크로스 하푼이 십자가 모양의 작살인 줄 알았는데 엑스자 모양 작살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이스마엘은 그러나 여긴 크로스 하푼 간판이 있는 곳이라고 스워드 피시도 지칭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덫이란 간판이 필요할 거라는 식의 표현을 하였는데요. 뭘 이렇게 비비꼬는지 모르겠네요. 낭만적인 돈키호테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결론은 자신은 고모라에 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가 봅니다. 그리고 이스마엘은 왁자지껄한 입구를 향해 들어갑니다.
It seemed the great Black Parliament sitting in Tophet. A hundred black faces turned round in their rows to peer; and beyond, a black Angel of Doom was beating a book in a pulpit.
이 구절은 얼핏 읽으면 흑인들이 모여있는 군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먼저 토펫은 구약에서 파멸을 상징합니다. 예루살렘 게힌놈 계곡에 있는 장소로 우상 숭배에 빠진 남유다국 왕국 왕들이 불속으로 아이를 통과시키는 것을 포함하는 의식에 참여하며 희생하는 것으로, 일종의 인신공양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타는 곳 토펫 속 블랙 필라멘트 검은 의회를 보는 것 같다고 한 것인데요. 백명의 검은 얼굴이 주변을 돌고 그 너머에는 파멸을 상징하는 검은 천사가 강단에서 책을 두드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 구절 한 구절 표현이 섬뜩하고 무섭고 불길하기 짝이 없습니다.
It was a negro church; and the preacher's text was about the blackness of darkness, and the weeping and wailing and teeth-gnashing there. Ha, Ishmael, muttered I , backing out, Wretched entertainment at the sign of 'the Trap!'
그런데 제 생각대로 흑인 군상이 맞았나 보네요. 니그로 처치 그것은 흑인 교회였다고 합니다. 현재는 니그로란 표현 대신 블랙이나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란 표현으로 쓰고 있는데요. 20세기 이후부터 니그로가 흑인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으로 쓰인다고 해서 현대 사회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블랙이 더 모욕적인 표현 같은 것은 왜일까요?
그리고 설교자의 텍스트에는 어둡고 검고 혹은 어둠과 비애가 쓰였고 거기에는 이를 악다물고 흐느끼고 통곡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스마엘은 불평하듯 중얼거립니다. the trap이란 간판은 말 그대로 덫 그 자체였던 것인지 근데 모텔 안의 모습이 어땠길래 이렇게 지옥의 문턱인양 묘사를 해 놓은 걸까요? 그래서 이곳은 아니올시다 하고 다시 돌아서 나온 걸까요?
Moving on, I at last came to a dim sort of out- hanging light not far from the docks, and heard a forlorn creaking in the air; and looking up, saw a swinging sign over the door with a white painting upon it, faintly representing a tall straight jet of misty spray, and these words underneath-'The Spouter-Inn:- Peter Coffin.'
다시 발길을 돌린 것인지 이번에는 모두에게 공개된 공중 화장실 같은 열린 문에서, 잿덩어리를 건드리지 않아서 파멸의 상징 고모라의 악몽까지는 않은 공기중에서 버림받은, 쓸쓸한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보니 더 스파우트 인 피터 코핀이란 간판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게 뭔 소린가 싶은 거죠.
한국식으로는 물보라 여인숙 혹은 물보라 모텔에 피터 관짝으로 번역이 될 것 같은데요. 아마도 고래 등에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이렇게 과하게 표현한 모양입니다. 당연히 호기심 많은 이스마엘이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요.
Coffin?-Spouter?- Rather ominous in that particular connexion, thought I. But it is a common name in Nantucket, they say, and I suppose this Peter here is an emigrant from there. As the light looked so dim, and the place, for the time, looked quiet enough, and the dilapidated little wooden house itself looked as if it might have been carted here from the ruins of some burnt district, and as the swinging sign had a poverty-stricken sort of creak to it, I thought that here was the very spot for cheap lodgings, and the best of pea coffee.
관짝? 물보라? 훗날 이것이 불길한 징조를 암시한 것 같습니다. 고래를 관짝이라 본 것이고 그런 관짝 위에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형상이잖아요?
단순하게 물보라 여인숙이라고 하기에는 그런 것 같지 않나요? 관짝위에서 물 뿜는 여인숙이 더 적합한 표현 같네요. 고래 등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spout 현상을 한글로 딱히 표현할 단어가 없는 것 같아서 아쉽네요. 아무튼, 그는 이런 식의 표현이 난터컷에서는 흔한 일이고 옆에 쓰인 피터는 그곳 출신의 이민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너무 희미한 불빛 그리고 충분히 조용해 보였고 황폐하고 작은 목조 주택은 불탄 지역의 폐허에서 옮겨온 것 같았고 흔들리는 간판의 삐걱거리는 소리는 가난을 명징하게 드러내었기에 저렴한 숙소이자 완두콩 커피를 마시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완두콩 커피는 뭘까요? 처음에는 원두의 오타인 줄 알았더니 원두가 보편화되기 이전의 커피 흉내를 낸 커피였던 것 같습니다.
완두커피는 켄터키 커피 나무의 열매를 볶아 본래 인디언들이 마시던 음료였는데 초기 백인 이주자들이 아쉬운 대로 커피 대용으로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값이 싸고 풍미 정도는 겨우 느낄 수 있는 짝퉁 커피였던 거죠.
관짝 위에서 물 뿜는 여인숙
It was a queer sort of place- a gable- ended old house, one side palsied as it were, and leaning over sadly.
It stood on a sharp bleak corner, where that tempestuous wind Euroclydon kept up a worse howling than ever it did about poor Paul's tossed craft.
이 문장은 성경 사도행전을 모르면 이해하기 힘들 것 같은데요. 이스마엘은 이 낡은 모텔을 마치 한쪽이 중풍 걸린 것처럼 마비가 되어 있다고 표현합니다. 이 역시 얼마나 절묘한지 모르겠습니다. 날카로운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낡은 집이 마치 사도행전 속 바울을 연상케 했나 봅니다. 사도행전 27장에는 가난한 바울이 폭풍의 역풍을 맞고 자신의 연장들을 던진 후 더 심하게 울부짖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사도 바울의 배가 좌초되고 뱃머리가 처박히고 파도의 폭력에 의해 부서진 장면이 그 모텔을 연상케 했나 봅니다.
또한, 성경에 나오는 유로클리돈은 지중해의 강한 북동풍을 의미하며 폭풍의 역풍으로 특히 해상 여행 중의 어려움과 도전을 상징합니다. 단순하게 역풍으로 기억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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