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챕터 1은 바다를 좋아하는 이스마엘이 일개 선원이었다가 작정하고 포경선을 타게 되는 계기가 아주 장황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뭔가 각오도 남다르고, 부연 설명이 많았지만 이것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돈을 벌기 위해 고래를 잡으러 간다고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배를 탄 이유
Finally, I always go to sea as a sailor, because of the wholesome exercise and pure air of the forecastle deck.
다시 한번자신은 선원 자격으로 바다에 나간다고 합니다. 건전한 운동과 순수한 공기 때문에라고 하면서요.
For as in this world, head winds are far more prevalent than winds from astern(that is, if you never violate the Pythagorean maxim), so for the most part the Commodore on the quarter-deck gets his atmosphere at second hand from the sailors on the forecastle. He thinks he breathes it first; but not so. In much the same way do the commonalty lead their leaders in many other things, at the same time that the leaders little suspect merchant sailor, I should now take it into my head to go on a whaling constant surveillance of me, and secretly dogs me, and influences me in some unaccountable way- he can better answer than any one else. And, doubtless, my going on this whaling voyage, formed part of the grand programme of Providence that was drawn up a long time ago. sive performances. I take it that this part of the bill must have run something like this:
그냥 대충 신선한 공기를 맡고, 아니 처음에는 신선한 공기를 맡기 위해 바다에 오른다고 하더니 이제는 본격적인 고래잡이 항해를 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바다 냄새를 맡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겠다고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
그냥 정황상, 그는 몇 번의 상선 선원을 탔다가 고래잡이 배를 타기로 한 것은 신의 섭리라고 운운하였고 이스마엘은 이렇게 극적인 상황, 혹은 자신이 앞으로 하게 될 일에 대해 가상의 헤드라인을 뽑아보는 것 같습니다. 뭔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상상하다가 자신의 사건이 타이핑되어서 기사화되고 화제가 되는 그런 상황을 연출해 본 것이 아닐까요?
'Grand Contested Election for the Presidency of the United States.'
'WHALING VOYAGE BY ONE ISHMAEL.'
'BLOODY BATTLE IN AFFGHANISTAN'
그렇게 헤드라인을 뽑아 놓았는데요. 미국 대통령 선거, 아무개 이스마엘의 고래잡이 항해, 아프가니스탄 유혈 전투 이렇게 말입니다. 남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자신이 기사화되길 바랐던 것일까요? 당시 중요한 사건 가운데에 자신의 사건을 끼워 넣었네요. 그런데 다른 것은 몰라도 아프간 유혈 전투는 현대에 벌어진 일인 줄 알았는데 1800년대 1차 전쟁이 있던 모양이더라고요.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세계열강들이 서아시아를 점유하며 영국과 러시아가 싸우고 영국은 내정 간섭까지 하는 등 그때도 지금도 상황이 다른 것 같진 않습니다.
Though I cannot tell why it was exactly that those stage managers, the Fates, put me down for this shabby part of a whaling voyage, when others were set down for magnificent parts in high tragedies, and short and easy parts in genteel comedies, and jolly parts in farces-though I cannot tell why this was exactly; yet, now that I recall all the circumstances, I think I can see a little into the springs and motives which being cunningly presented to me under various disguises, induced me to set about performing the part I did, besides cajoling me into the delusion that it was a choice resulting from my own unbiased freewill and discriminating judgment.
이스마엘은 참으로 생각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자신의 상황을 상상 속에서 상황극으로 만들고 혼자 별의별 상상을 다하는 것 같은데요. 무대 관리자는 운명이라고 규정하는 알레고리 기법이 또 나오네요. 무대관리자인 운명이 자신을 고래 사냥의 초라한 부분에 내려놓은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결론은 이스마엘은 자신의 편견 없는 자유의지와 분별력 있는 판단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정말 어려운 글인데요. 제가 깨달은 것은 처음에는 바다를 보러 왔나 보다 했더니 선원이었고, 그냥 선원인가 했더니 고래를 잡으러 온 포경꾼이었고 그것은 편견 없는 자유의지와 분별력 있는 판단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 니 잘났다,라고 말하고 싶은 건 왜일까요.
가장 큰 동기
Chief among these motives was the overwhelming idea of the great whale himself. Such a portentous and mysterious monster roused all my curiosity. Then the wild and distant seas where he rolled his island bulk; the undeliverable, nameless perils of the whale; these, with all the attending marvels of a thousand Patagonian sights and sounds, helped to sway me to my wish. With other men, perhaps, such things would not have been inducements; but as for me, I am tormented with an everlasting itch for things remote. I love to sail forbiggen seas, and land on barbarous coasts. Not ignoring what is good, I am quick to perceive a horror, and could still be social with it -would they let me- since it is but well to be on friendly terms with all the inmates of the place one lodges in.
무엇보다 이스마엘이 고래잡이로 나선 것은 고래에 대한 압도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 거대하고 신비로운 괴물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개인적인 호기심을 덧붙이자면, 성경에서 창세기에 하나님이 천지 만물을 창조하시면서 물속의 거대한 생명체가 등장하는데요. 이를 두고 얘기가 분분했었는데요.
아래 포스팅 해둔 것도 있네요.
이스마엘은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고 무인도에 착륙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선한 것을 무시하지 않고 공포를 빠르게 감지하고 그들이 나를 수용하게 했을 때 그와 함께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다시 정리를 하자면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고 낯선 곳에 착륙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적응을 결심한 모양입니다. 아니면 적응을 잘할 수 있거나 잘한다는 다짐 혹은 강조가 들어간 것 같은데요. 함께 묵는 동료, 그는 수감자라고 표현했겠지만요. 같이 숙식하는 사람들에게 선의로 대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위험 혹은 공포에 빠르게 인식 혹은 반응할 줄 알면 사회성 좋게 지낼 수 있다는 말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By reason of these things, then, the whaling voyage was welcome; the great flood- gates of the wonder-world swung open, and in the wild conceits that swayed me to my purpose, two and two there floated into my inmost soul, endless processions of the whale, and, mid most of them all, one grand hooded phantom, like a snow hill in the air.
이런 이유로 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포경 항해를 좋아했던 모양입니다. 꿈과 모험의 나라로 떠나는 일, 마치 만화 원피스처럼 말입니다. 경이로운 세계의 문이 활짝 열리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자신감이 꽉 차 오른 상태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그랜드 후드 팬텀은 실제 고래를 의미하는 것인지 그의 주변을 맴도는 망령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큰 모자를 쓴 유령이라면 약간 저승사자 느낌이 들지 않나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의미하는 것이려나요? 현실적으로는 서서 잠드는 향유고래를 의미하는 것이지 않을까요?
고래사냥에 관하여
모비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세기 벤처 사업이던 고래잡이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고래를 잡아 고기로 파는 것도 상당한 이윤을 남기는 것이었겠지만 고래 사냥의 가장 큰 목적은 고래기름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향유고래의 경우 윤활유로 쓰이는 머리 기름과는 별도로 고래 창자에서 나오는 용연향이 고급 향수의 원료로 쓰였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기가 발달하기 이전이라 고래 기름으로 양초나 등불로 이용했기에 버릴 것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고수익이 보장되는 만큼 고위험군이었으며 고래를 잡으려면 큰 배를 타고 길게는 3년 이상 멀리 항해를 해야 하기에 어찌 보면 모비딕은 냉철한 이익은 감추고 낭만으로 포장한 소설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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