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왜 다 울상일까? 황정은 작가도 예외는 아니다. 목소리는 완벽하게 아름다운데 얼굴이 울상이다. 우울한 소설을 많이 써서 그런가.
황정은 인터뷰 발췌 요약
등단하기 전에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한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고 건강이 좋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는데 건강해지고 나니 뭐든 배우고 싶었다.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서 실기 비율이 높은 과목을 찾아보았고 그게 글쓰기였다. 신춘문예 마감을 40여일 앞두고 단편을 써서 당선되었다.
엄청 실리적인 천재라고 생각함.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보기도 전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10년 정도 되었네요.
시작은 초등학교 때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졸업장을 주며 '네 글을 언젠가 신문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 그 말을 듣곤 집에 와서 많이 울었어요. 그 시절 제가 떠올린 작가의 이미지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피를 토하며 글을 쓰는 사람이었거든요. 이미 가난한 학생에게 넌 미래에도 가난할 거라는 말을 한 거나 다름 없었던 거죠.
그 이후 문학과는 거리 있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이십대 초반 건강이 안 좋아져서 일 년간 꼼짝없이 아무 것도 안 하고 쉬어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무얼할까 고민했는데, 학원비도 들지않고 부수적인 비용도 필요 없고 학력 또한 필요 없는 게 뭘까 생각하니 글이더라고요. 그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건 처음 이야기하는 건데요, 그때(=아픈 때) 마침 좋아했던 사람을 간만에 만나게 되었어요.
그때 뭐하고 지내냐는 질문에,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무턱대고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말을 주워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쓰기 시작한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저도 그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무의식중에 선생님의 말이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더라고요.
질문 하나.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가요.
이것 또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네요. 글쎄요. 무엇 하나가 특별하게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야기해보자면, 화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이야기 방식을 많이 생각합니다.
작업 전 가장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니, 그만큼 제가 신경쓴다는 말이겠죠.
질문 둘. 작가님 소설을 읽다보면 다양한 사람이 나오는데요, 인물을 만들 때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 중 어느 것에 더 의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특별하게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항상 원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직접 만나느냐 간접적으로 만나느냐, 얼마나 자주 만나느냐보다는, 그 사람을 어떻게 만나느냐가 아닐까요.
소설가는 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사람의 여러 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공감을 이끌어낼만한 보편으로 나아갈 방법일 것입니다.
저는 인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단 비혼주의자고요.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삶의 마지막까지 인간에 대한 애정을 놓치지 말자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장소가 어려워요. 그렇지만 동생은 너무나 소중한 반려인입니다. 제게 동생은 그런 존재, 라고 일단은 말할 수 있겠네요.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 작가 마음에 들어
질문 다섯. 소설을 쓸 때 작업환경이 어떤가요.
저는 데스크톱으로 글을 씁니다. 다른 거로는 영 안써지더라고요. 달각거리는 소리가 좋은 키보드(참고로 이 키보드는 이동진 평론가가 쓰는 것과 같은 모델로 빨책에서 김중혁 작가가 밝혔다.)를 두드리다보면, 어느 새 고양이 두 마리가 와서 저를 지켜봅니다.
그런 환경에서 쓰고 있습니다.
저는 퇴고를 많이 안 합니다. 단편의 경우에는 거의 하지 않아요. 쓰는 과정이 퇴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단편의 경우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20일 동안 쓰는데요, 그 소설을 쓰려고 파일을 열 때마다 처음부터 읽어가며 다시 고쳐씁니다.
질문 일곱. 소설을 쓰며 받게 되는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사실 처음에 저는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데 집중해서 누군가 욕을 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쓸 때는 읽는 사람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저 눈앞에 놓인 백지와 저 자신의 싸움이 이어질 뿐이죠.
그렇지만 소설은 읽히기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요. 받아들일 비판은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제가 동의하지 못하는 비판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곧 이 책 사서 읽어야지
<방문객>을 쓴 콘라드 조르주를 좋아합니다. 많이 좀 번역되면 좋겠어요.
또 최근에 읽은 좋았던 책으로는 역사학자이신 김태우 선생님이 쓰신 <폭격>을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전쟁의 민낱을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책입니다.
소설에 대한 합평을 했지만 어떤 제도적인 트레이닝을 받지 않고 등단했다.
혼자 많이 놀았다.대화보다 독백하는 데 더 익숙한 사람이라 혼자 자문자답할 때가 상당히 많았다.(나랑 똑같네)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대화가 부쩍 늘었다. 실제 나눈 대화가 소설에 상당히 반영되는 편이다.
황정은 작가는 대화를 정말 잘 표현한다
제발트에 대한 애정을 어필한 적이 있지만 메모지를 붙여가면서까지 읽는 작가는 사실 비밀로 하고 싶죠. 김태우 박사의 폭격, 생떽쥐베리의 인간의 대지를 아껴서 읽었고 엘리자베스 토마 베일리의 달팽이안단테를 좋아한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두려움이 없지만 시작전에는 엄청 많은 편.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쓰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문장은 동물적인 촉으로 쓰는 것 같고
타고난 무당 작가 인정
나는 황정은 작가가 지나치게 소외 계층을 대변하려는, 혹은 편향적인 잣대로, 혹은 피해자이지만 무심한 스타일로 나열하는 글쓰는 방식에서 좀 벗어나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세계관을 넓히면 세계에서 제일 글 잘쓰는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글을 쓰면서 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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