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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 book/일상 생각과 그림

청춘은 청춘답게

by winter-art 2022. 9. 1.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작태 중 하나가  답지 못한 모습을 보는 거다. 어린 소녀가 님펫처럼 구는 것도 꼴보기 싫고 늙은 여자가 소년소녀처럼 행동하는 모습도 꼴보기가 싫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나는  어릴 때 유독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다. 그러나 미처 주름살 깊은 노년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냥 어른, 젊은 어른이 되는 것만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성인이 되었고 성인이 된 후에는 젊음이 너무 좋아 서른 살까지만 살고 죽을 생각을 했었다. 늙어간다는 것이 끔찍하게 싫었기 때문이다. 누가 시들고 병들고 냄새나는 노령을 좋아할까. 막연하게 두렵고 싫었다. 그래서 그 기분을 노인들에게 전가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서른을 넘기고 생의 딱 한가운데 지점의 나이가 되고 보니 지금이 과거보다 훨씬 좋고 이 상태로 늙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훨씬 더 좋다. 평온함 그리고 삶을 대하는 자세와 여유는 이 세대가 아니면 절대 이해하지 못할 감정이다.

 

 

 

 

찬란했던 이십대

 

 

그때는 그때의 기쁨이 있었고 지금은 지금의 기쁨이 분명히 다른 기분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과거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해진다. 내가 조롱하고 비하했던 장년층에게 부끄러워서이다. 나는 그들이 젊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저 부러워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냥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를 회상할 뿐 결코 무모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눈빛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이 다시는 오지 않을 청춘을 만끽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면 누군가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쭐해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기분을 갖고 사는 것조차 귀엽고 애틋하다. 설령 무심결에 좋겠다, 라는 말이 나올지라도 부러워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여유에서 나오는 것뿐이다. 

 

그런데 간혹 나이가 들었음에도 어려 보이려고 발광을 하고, 어린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발악하는 걸 보면 좀 한심하다. 아직 철이 덜 나서 그런 건가? 자신이 어리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요즘 정치 바닥도 청년들을 끼워주지 못해서 안달이 난 모습인데 그런 청년들은 뭐가 그리 잘났다고 에헴 거리고 다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정치를 왜 청년들에게 일임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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