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호모루덴스, 연암서가, 2019 개정판
요한 하위징아의 음악에 관한
음악은 놀이 기능을 가장 고상하고 순수하게 표현한 형태이다. 18세기 음악의 가장 큰 의미는 놀이 내용과 미학적 내용 사이에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는 점이다. 순수하게 청각적 현상인 음악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련되어졌고 풍부해졌다. 옛 악기들이 개선되었고 새로운 악기들이 발명되었으며, 그 결과 오케스트라는 더 큰 음량과 더 넓은 폭의 변화를 성취할 수 있었다.
여성의 목소리는 음악적 공연에서 더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되었다. 기악이 점점 성악의 자리를 대신하자 음악과 말의 상호 연관은 느슨해졌고 기악의 위치가 독립 예술로서 더 확고해졌다. 일상생활 속에서 퍼져 나가는 점증하는 세속화 운동도 이에 기여했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연습하던 음악이 이제 하나의 정규적인 직업이 되었다. 하지만 음악은 주로 예배나 축제적 목적을 위해 주문 받아 작곡되었으므로 오늘날 같은 명성을 누리지는 못했다.
사회적 놀이로서 음악
이런 모든 사항에서 18세기 음악이 갖고 있는 놀이 내용, 즉 사회적 놀이로서의 기능은 아주 분명해진다. 놀이와 마찬가지로 음악은 시간, 음조, 멜로디, 하모니 등의 관습적인 규칙의 체계를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비로소 존재 이유를 얻게 된다. 우리에게 친숙한 다른 규칙들이 포기 되는 곳에서도 음악의 규칙은 지켜지는데 그래야 음악으로서 가치를 얻기 때문이다.
음악적 가치의 관례는 세계의 여러 지방에서 아주 다르다는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바 혹은 중국의 음악 그리고 서양의 음악, 혹은 중세와 현대의 음악을 연결하는 통일된 청각 원칙은 없다. 모든 문명은 고유의 음악적 관례가 있고 대체로 귀는 오로지 익숙한 청각 형태만 허용할 뿐이다. 음악의 이런 내부적 다양성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하나의 놀이라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한다. 369~370.
음악은 한정된 한계 내에서 유효한 계약이며, 실용적 목적에 이바지하지 않으면서도 즐거움, 기분 전환, 정신의 고양을 가져온다. 치열한 연습의 필요성, 허용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규정하는 규범, 아름다움의 효과를 얻기 위한 엄격한 음악적 요구 사항, 이 모든 것들이 놀이 특질의 현상이다. 다른 어떤 예술보다도 더 엄격하게 법칙을 만드는 것이 음악의 놀이 특질이다. 이러한 규칙을 위반하면 그것은 더이상 음악도 놀이도 아니다. 370.
음악의 정서적 효과
고대 사람들은 음악이 정서를 환기하는 신성한 힘이며 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훨씬 뒤에 와서 음악은 비로소 삶에 있어서 중요한 부가물, 삶의 표현, 더 나아가 본격적 의미의 예술로 인정받게 되었다. 음악을 풍성하게 생산했음에도 불구하고 18세기는 음악의 정서적 기능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 이것은 프랑스 사상가 루소가 음악을 가리켜 자연의 소리를 모방한 것이라고 하찮은 해석을 내리고 있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후에 생겨난 학문인 음악 심리학은 어쩌면 18세기 음악의 놀이 내용과 미학적 내용 사이에 균형이 잡혀 있었음을 밝혀낼지도 모른다. 음악은 그 자체의 깊은 정서적 효과를 무의식적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내포하고 있다.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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