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의 비밀서(Apocryphon of John)의 세계관

영지주의의 핵심 교리서인 요한의 비밀서 내용을 요약한다.

1. 요한의 비밀서 문서의 형식과 배경

요한의 비밀서는(Apocryphon of John) 기독교 영지주의(Gnosticism)의 특징적인 교리와 우주론을 가장 잘 담고 있는 핵심적인 문서 중 하나이다.

이 문서는 2세기경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1945년 이집트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된 나그함마디 문서에 포함되어 있어 현대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요한의 비밀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사도 요한에게 비밀 지식인 그노시스를 계시하는 대화 형식의 가르침으로 구성되었다. 이는 영지주의 중에서도 세트파(Sethians)의 주요 문헌으로 여겨진다.

또한, 이단으로 규정된 초기 기독교 교부들(예: 이레나이우스)에 의해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 문서는 영지주의 세계관의 '창세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요한 외경은 세계와 인간의 기원에 대한 독특한 영지주의적 신화를 제시하며, 이는 전통적인 기독교 및 유대교의 창조론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모나드는 참된 신으로 이 세계와 단절된 심오하고 헤아릴 수 없는 지고의 아버지 혹은 모나드(단자)가 존재한다. 이 존재는 완벽하며 빛과 순수한 영으로만 구성된 플레로마(pleroma), 즉 충만한 세계의 근원이 된다.

아이온(Aeon): 지고의 아버지로부터 일련의 영적 존재들(아이온)이 발출(Emanation)된다. 이들은 영적인 플레로마 세계를 구성한다.
소피아(Sophia): 발출된 아이온들 중 마지막 존재인 소피아(지혜)가 홀로 아버지의 뜻 없이 충만을 벗어나 존재를 낳으려는 시도를 한다. 그러나 이 시도가 그녀의 타락을 가져오며, 그 결과 불완전하고 악한 존재가 태어난다.

얄다바오트(Yaldabaoth): 소피아의 불완전한 행위로 태어난 존재가 바로 얄다바오트이다.그는 무지하고 오만하며, 스스로가 유일신이라고 주장하는 존재이다.
데미우르고스: 얄다바오트는 곧 물질 세계와 인간의 육체를 창조하는 데미우르고스(Demiurge, 조물주)이다. 그는 무지하여 자신이 지고의 아버지에게서 비롯된 사실을 모르며, 악한 세상의 창조자로 간주된다. 성경의 창조주인 '하나님'이 바로 이 얄다바오트로 해석된다.

인간은 데미우르고스에 의해 창조된 악하고 물질적인 육체와 지고의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신적인 불꽃인 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영적인 부분이 물질에 갇혔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인간이 물질과 육체의 감옥에서 벗어나 본래의 영적 고향인 플레로마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구원자를 통해 전달되는 비밀지식 즉 그노시스를 깨달아야 한다. 이 그노시스를 통해서만 영적인 각성이 가능하며 구원에 이를 수 있다.

요한의 비밀서 논리는 이원론적 구도로 요약된다. 신적 존재는 지고의 아버지 모나드이며 영적이고 선하다. 반면 악하고 물질적인 신은 얄다바오트 데미우르고스이다. 영적 세계는 충만한 영의 세계로 플레로마라 하고 물질적 세계는 코스모스라 한다.

영적 세계에서 인간은 영이고 물질세계에는 데미우르고스의 창조물 육체가 주가 된다. 구원의 수단으로 영적 세계는 비밀지식은 그노시스를 통해야 하지만 물질 세계에는 구원의 수단이 무지와 속박이 된다.

요약하면 요한 외경은 선한 신과 물질 세계의 창조자를 분리하고 인간 내면의 신적 요소를 구원하기 위해 비밀 지식인 그노시스가 필수적임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