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전적으로 영혼의 인식에만 성립되는 학문들과 어떤 신체적인 연마와 소질을 요구하는 기예들을 부당하게 대비시키는 짓을 자행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생각해야 될 것은, 모든 학문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 따로 분리해서 하는 것보다 그것들을 함께 탐구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점이다.
지식은 직관이나 연역에 의해서만 획득할 수 있다는 데카르트의 철학에 관하여
모든 지식은 확실하고 명증적인 인식이다. 많은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그것을 생각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학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난해한 대상들에 몰두해서 참된 것을 거짓된 것에서 구별하지 못한 채 의심스러운 것을 확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연구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왜냐하면 그런 경우에 지식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희망 못지않게 지식이 감소될 수 있다는 염려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위의 규칙에 따라 단지 개연적인 인식을 모두 내던지고, 완벽하게 인식된 것 및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것만을 신뢰해야 한다.
경험과 연역
그들은 이 난해한 것에 관해 아주 교묘한 추측들과 아주 그럴듯한 근거들을 요상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결국 깨닫는 것은, 의심스러움만 잔뜩 늘렸을 뿐 그 어떤 지식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학문들 가운데 산술과 기하학만이 오류와 불확실성의 그늘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즉, 우리가 사물에 대한 인식에 도달하는 데는 두 가지 방식, 즉 경험과 연역이 있다.
사람 즉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 범하는 모든 오류는 결코 나쁜 추리가 아니라, 넉넉지 못한 경험만을 바탕으로 하거나 성급하고 근거 없는 판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산술과 기하학이 다른 학문들보다 더 확실하다고 말한 이유는 순수하고 단순한 대상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경험이 불확실하게 만드는 것을 전혀 전제하지 않고 오히려 결과들의 합리적인 연역만으로 성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학문은 모든 학문 중에서 가장 쉽고 분명한 학문이며 우리가 욕하고 있는 대상들을 다루는 학문이다.
그러나 여타 기예나 철학에 자발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명증적인 것에 있어서보다는 모호한 것에 있어 더 용감하게 예측하고 임의의 문제에 대해 어떤 것을 막연히 생각하는 편이 아무리 쉬운 문제라도 진리 자체로 나아가는 것보다 더 편하기 때문이다.
이성을 바탕으로 한 직관
내가 이해하는 직관이란 변동이 심한 감각의 믿음이나 그릇되게 그려 내는 상상력의 판단이 아니라 순수하고 주의를 집중하는 정신의 단순하고 판명한 파악이며 그래서 이렇게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어떤 의심도 품을 수 없는 것이다. 직관은 순수하고 주의를 집중하는 순수한 정신의 의심할 여지 없는 파악이며, 이것은 오직 이성의 빛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참된 원리 자체에 대해서는 직관에 의해서만, 반면에 멀리 떨어져 있는 결론들은 연역에 의해서만 인식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모한 호기심에 대한 경고
맹목적인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인간들은 자신의 정신을 종종 미지의 길로 유인하고 있다. 나름대로의 희망도 없이, 찾고 있는 것이 혹시 거기에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마치 보물을 찾아 내려는 어리석은 탐욕에 사로잡혀 혹시 여행자가 그것을 길에 떨어뜨리지나 않았나싶어 거리를 계속 배회하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 이와같은 순서 없는 연구와 모호한 성찰은 자연의 빛을 흐리게 하고, 지성을 맹목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고로 지식은 정신의 직관이나 연역에 의해서만 획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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