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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창고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

by winter-art 2021. 8. 11.

아가멤논은 아트레우스의 장남으로 아르고스와 미케네의 왕이다. 스파르타의 공주인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아내로 삼아 오레스테스와 엘렉트라 등 여러 자식을 두었다. 헬레네의 남편이며 스파르타의 왕인 메넬라오스가 그의 동생이다.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귀국했으나, 아내인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인 아이기스토스에게 살해되었다. 그의 저주받은 인생은 펠롭스와 아트레우스로 이어지는 가문의 불행과 맥을 같이 한다.

 

 

아가멤논 이야기

 

 

아트레우스와 미케네로 온 펠로피아는 아이기스토스를 낳은 뒤 내다 버렸고, 이 아기는 목동에게 거두어져 염소의 젖을 먹고 자랐다. 이를 알게 된 아트레우스는 그 아기가 자신의 아들인 줄 알고 데려다 길렀으며, 염소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뜻에서 아이기스토스라고 불렀다. 

 

펠로피아는 자신을 범한 사람이 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칼로 자살했다.

 

아가멤논이 실수로 아르테미스의 성수인 사슴을 잡아 죽였는데 신탁은 아르테미스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서는 처음 본 사람을 제물로 바치라고 했고 공교롭게도 아가멤논의 딸인 이피게네이아가 선택되어 제단에 버려졌다.

 

아가멤논 가계도

 

탄탈로스(제우스의 아들)

   

 펠롭스(=히포 다메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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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레우스(=아에로페)                                                            티에스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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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멤논                 메넬라오스                               펠로피아                   아이기스토스

(=클리타임네스트라).   (=헬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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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피게네이아.  엘렉트라.     오레스테스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헬레네

 

클리타임네스트는 헬레네의 언니. 틴다레오스는 스파르타의 왕이었고 레다와 사이에서 많은 자식을 낳았다.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헬레네는 어려서부터 미모가 뛰어나 구혼자들이 넘쳤었다. 틴다레오스는 청혼을 거절당한 구혼자들이 난동을 부릴 것을 걱정해 누가 헬레네의 남편이 되더라도 나머지는 자신의 생명과 명예를 지켜 줄 것을 맹세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헬레네가 파리스와 사랑의 도피를 했을 때, 맹세한 구혼자들은 연합군을 결성해 트로이 원정을 떠났다. 헬레네와 클리타임네스트라 등 틴다레오스의 딸들은 모두 불륜에 빠졌던 특이한 여성들이다. 그들이 불륜의 사랑을 탐하는 이유는 틴다레오스가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를 업신여겨서 제물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프로디테가 벌을 내린 거라고.

 

인간 고통의 문제를 다룬 아가멤논

 

<아가멤논>에서 주시할 점은  정의와 복수의 문제, 그리고 오만성과 인간 고통의 문제이다. 친자 살해에 대한 복수로 남편을 살해하는 클리타임네스트라의 행위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오레스테스는 아버지 아가멤논을 살해한 행위를 복수하기 위해 친모인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살해한다. 친부 살해에 대한 복수로 친모 살해를 자행하는 행위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복수가 정의이던 구시대

 

아가멤논이 상영되던 당시 기원전 5세기는 친족의 죽음에 대한 친족의 복수를 정의로 간주했던 시기다. 나아가 복수하지 않는 것을 불명예로 생각했던 시기다. 그러나 복수는 복수를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아트레우스 가문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복수와 폭력이 끊임없이 순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폭력의 순환고리가 끊어지는 것은 아테네 최고 법정인 아레오파고스에서 오레스테스를 재판할 때이다. 사적인 복수가 공적인 복수의 영역으로 편입된 것이다.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한 문명의 시대

 

구시대가 복수를 정의의 일환으로 간주했고 피를 피로 되갚았던  폭력과 광기로 아로새겨진 야만의 시대였다면, 오레스테스를 법정에 세워 재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 시대는 정의의 문제를 법정이라는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했던 문명의 시대다.

 

3부작의 첫 작품 아가멤논이 구시대의 정의에 천착하고 있다면 에우메니데스는 구시대에서 새로운 시대로 이행 과정을 다루는 작품이다.

 

…그리스 비극에서는 항상 인간의 모습이 왜소하게 그려진다. 모든 것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가멤논에서 아가멤논은 운명의 그물 혹은 올가미에 걸린 인물로 재현된다. 그는 운명의 멍에를 쓰고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쳐 놓은 덫과 함정에 빠져 비극적 종말을 맞이한다.

 

… 이 작품이 모든 인물이 운명의 멍에를 쓰고 운명의 그물에 걸려 꼼짝달싹하지 못한다.

 

 

그물 올가미 멍에 덫

 

아가멤논의 지배적 이미지는 그물과 올가미와 멍에와 덫이다.

 

인간이 어떤 부모의 몸을 빌려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 어떤 신분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운명이다. 인간의 어떤 의지와 노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는 운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웅명적인 힘이 강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인간이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는 말이다. 운명의 힘이 너무나 강력하게 작용하긴 하지만 개인의 성격 또한 운명에 작용한다. 성격이 운명을 변화시키고 다른 모습으로 만든다는 말.

 

 

 

예나 지금이나 전쟁을 수행하는 자들은 절제력을 잃은 사람들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담보로 이기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교만한 자들이다. 아가멤논의 경우 성격은 운명을 만들고 재난을 가속화한다. 아킬레우스의 애첩을 뺏는 것과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를 애첩으로 삼은 것에서 볼 수 있듯 교만하고 애욕이 지나치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 친딸을 제물로 바치기까지 한다. 승리에 대한 지나친 열망의 소산이다. 작품에서 자줏빛 융단은 아가멤논의 오만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치이다.

 

 

오만에 대한 경고

 

아가멤논은 오만성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모든 지나침에 대한 경고다. 명예와 명성조차도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펠롭스로부터 아가멤논으로 이어지는 아트레우스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특권적 지위를 누리면서 넘치는 부귀영화를 누렸던 집안이다. 그러나 펠롭스의 아버지는 자식의 몸을 토막 내어 만든 음식으로 신을 기만했고 펠롭스는 승리에 대한 집착으로 속임수를 썼으며 아트레우스는 동생의 두 아들을 죽여 만든 음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동생을 위협한다. 이들의 지나친 행위와 교만이 이 집안에 저주를 불러들인 것이다.

 

애도의 문학인 동시에 고통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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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규 교수는 모든 문학은 ‘애도의 문학’ 이라고 하였다. 아가멤논은 애도의 문학일 뿐 아니라 고통의 문학이다. 애도의 중요성을 일깨운 작품일 뿐 아니라 고통을 통해 인간의 지혜와 좀 더 성숙한 시야를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복수가 인간의 교만성과 광기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그 어떤 전쟁에서도 진정한 승자는 없다는 것을, 그리고 승자든 패자든 모두가 고통 받는다는 것을 재현하고 있을 뿐이다.

 

…고통을 통한 지혜의 체득….

 

 

펠롭스는 히포다메이아와 사이에서 아트레우스와 티에스테스를 낳았다. 아트레우스와 티에스테스는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배다른 동생 크리시포스를 죽이고 미케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도망쳤다. 미케네 왕이 죽자 형인 아트레우스가 왕으로 등극했다. 동생인 티에스테스는 형수인 아에로페를 유혹해 미케네의 왕위를 빼앗으려고 하다가 추방당한다. 이때부터 티에스테스와 아트레우스 사이에 골육상쟁과 근친상간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아폴론: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 원래 목자의 수호신으로 간주되었으나 후에 포이베 여신에게 델포이 신전을 물려받고 예언의 신이 되어 제우스의 신탁을 거절했다. 포이보스(빛나는) 아폴론으로 불리는 태양의 신이기도 하다.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는 아폴론이 사랑을 받아 예언의 힘을 얻었지만 아무도 그녀의 예언을 믿지 않았다.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카산드라를 데리고 아르고스로 귀환한다.

 

 

 

 

빛과 예언의 신. 빛의 여신 포이베로부터 델포이 신전을 물려받은 연유로 포이보스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다. 사제를 통해 아폴론이 신탁을 전하는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는 세계의 중심(배꼽)을 뜻하는 ‘옴팔로스’ 돌이 놓여 있다. 아가멤논의 후속작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에서 아폴론은 신탁을 통해 오레스테스에게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복수하라고 명했고, 복수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오레스테스에게 복수를 명했던 아폴론은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겨 아테네의 법정 아레오파고스에 선 오레오테스를 변호해 무죄를 이끌어 낸다.

 

-수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여인: 그리스의 절세미인 헬레네를 의미. 손님에 대한 환대를 중시하고 주인과 손님의 보호자인 제우스 신은 주인인 메넬라오스의 환대를 배신하고 그의 아내인 헬레네를 유혹해 도망친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크게 분노한다. 메넬라오스는 아가멤논의 동생이다.

 

 

아레스가 함께하지 않는 어린애처럼: 전쟁의 신 아레스의 도움을 얻지 못해 아직 전쟁터에 나가 싸울 만한 용기와 힘이 없는 어린애처럼 전투에 참가할 힘이 없다는 말. 아레스는 호전적인 전쟁의 신이며 군신이다. 트로이 전쟁에서는 헥토르 편에서 트로이군을 도왔다. 로마 신화의 마르스에 해당하며 아프로디테 여신 사이에서 에로스를 낳았다. 아레스는 자신의 딸 알키페를 겁탈하려고 한 포세이돈의 아들 하리로티오스를 죽이고 아테네 법정에서 신들의 재판을 받았는데 이 법정을 아레스의 이름을 따서 아레스의 언덕이라는 뜻의 아레오파고스라고 불렀다.

 

설득의 여신: 그리스 신화에서 설득의 여신 페이토를 뜻함.

 

 

-칼카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유명한 예언자로 새의 비상을 통해 앞날을 점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아르테미스 여신이 요구하는 재물은 아가멤논의 딸이다.

 

-우라노스: 그리스 신화에서 천신 우라노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인 동시에 남편이다. 카오스에 이어 생겨난 가이아가 홀로 우라노스를 낳았고, 이 우라노스와 관계해 12명의 티탄을 낳았다. 후에 우라노스에게 불만을 품은 가이아는 막내 크로노스에게 낫을 주고 우라노스의 성기를 잘라 버리게 했다.

 

이때 우라노스가 흘린 피는 대지, 즉 가이아에게 떨어져 그녀를 임신시켰고, 여기서 복수의 여신인 에리니에스와 거인족 기간테스 등이 태어났다. 바다에 떨어진 우라노스의 성기는 물 위를 떠돌면서 흰 거품을 만들어 냈으며 이 거품에서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 티탄족 형제들 중 막내인 크로노스는 제우스에게 쫓겨나기 전까지 천신의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제우스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아들로, 아버지를 물리친 후 자신은 하늘의 지배권을, 형제인 포세이돈은 바다의 지배권을, 하데스는 명계의 지배권을 차지했다.

 

잠을 자려는 우리들 가슴 속에 고통의 기억과 함께 번민이 스며들어 우릴 어지럽히네. 그러나 인간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고통과 싸우면서 절제와 중용을 배우네. 이는 왕좌에 앉아 계신 신들께서 “고통을 통한 지혜의 체득: 이란 가혹한 은총을 베푸시기 때문이네!

 

이다산

 

 

-이다(ida) 산: 터키 북서부에 위치한 산으로 에게 해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이다 산은 고대 그리스의 성소로 제우스가 탄생한 곳이며, 산 정상에서 제우스와 헤라의 결혼식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다 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북서쪽에는 고대 도시 트로이의 터가 남아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산에서 신들이 트로이 전쟁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올곧게 사는 사람을 존중하는 정의의 여신께서는, 연기로 그을린 누추한 오두막에서도 밝게 빛나시네. 온통 황금으로 뒤덮인 대저택이라도 그 안에 사는 사람 손이 검으면 정의의 여신, 그곳에서 시선을 돌리시고 고결한 곳을 찾아 떠나신다네. 

 

마음 속에 악의적인 독기를 품은 사람은 이중의 고통을 당하는 법이오. 자신의 불행으로 고통받고 타인의 행운을 탄식하며 고통받지요.

 

내가 가는 길에 융단을 깔아 신들의 질시를 불러들이지 마시오, 이런 화려한 의식은 신들에게나 어울리오. 인간에게는 어울리지 않소.

 

두려운 전조로 두근거리는 심장 주의를… 왜 청하지도 않은 예언의 노래가 보수도 받지 않고 내 귓전을 때리는가. 어찌하여 고요한 확신이 내 가슴속에 자리를 잡고 불가해한 꿈과 같은 공포를 물리쳐 주지 않는가.

 

인간의 운명도 이와 같은 것! 순풍에 돛을 단 인생도 어느 순간 갑자기 비탄의 숨은 암초를 만나 산산조각 나 버리는 배와 같음이라. 지나치게 부유한 집, 너무 많은 짐을 실은 배와 같으니 지나친 부를 경계하고 버릴 것은 버리며 조심스럽게 적당한 부를 쌓아 올려야 하네.

 

카산드라

지금부터 제 예언은 분명합니다.  막 결혼식을 올린 신부가 얼굴을 반쯤 가린 면사포 사이로 흘긋 보는 것 같지는 않을 겁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부는 신선한 바람처럼 분명할 겁니다. 그리하여 내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의 만조가 밀려든다는 걸 알려 줄 것입니다.

애매한 수수께끼 같은 말은 더 이상 하지 않겠어요. 옛날부터 저질러졌던 악행 자국의 냄새를 맡을 테니 저를 따라와 증인이 되어 주세요.

 

아테(ate)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큰딸, 혹은 싸움의 여신 에레스의 딸로 간주되는 파괴와 재앙의 여신이다. 인간이 선악을 구별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무분별한 행동을 저지르게 유혹한다.

 

스킬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다리가 열둘 치열이 세 줄, 머리가 여섯인 바다 괴물. 바위 동굴에 살면서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먹어 치우고 항로를 방해하는 괴물로 알려짐. 스킬라의 어머니는 지하의 개 떼를 거느리고 3차로 나타나는 세 개의 몸을 가진 지하의 여신 헤카테, 혹은 상반신은 아름다운 여인, 하반신은 뱀의 형상을 한 괴물 에키드나라고 한다.

 

오르페우스: 그리스 신화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시인이요 악사로 알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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