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2 Samuel) 18장은 다윗 왕조의 가장 비극적이고도 결정적인 순간을 다룹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내전(Civil War)이 종결되는 장소이자, 정치적 냉혹함과 부정(父情)이 충돌하는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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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살롬에 관하여 영상으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dRzTbPbY35c&t=149s
1. 노련한 군사 전략가 다윗
다윗은 노련한 군사 전략가입니다. 그는 자신의 군대를 셋으로 나누어 지휘 체계를 확립합니다. 이는 고대 전술의 정석입니다. 그러나 출정 직전, 그는 군사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명령을 내립니다.
ESV 18:5 And the king commanded Joab and Abishai and Ittai, “Deal gently for my sake with the young man Absalom.” And all the people heard when the king gave orders to all the commanders about Absalom.
- Deal gently (너그럽게 대하라): 이 명령은 다윗이 '왕'으로서가 아니라 '아버지'로서 내린 것입니다. 전쟁의 목적은 적의 수괴를 제거하는 것인데, 다윗은 그 수괴를 살리라고 명합니다.
- All the people heard: 모든 병사가 이 명령을 들었습니다. 이는 군대의 사기를 꺾고 혼란을 줄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병사들은 "적을 죽여야 하는가, 왕의 아들을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2. 에브라임 수풀의 공포
전투는 개활지가 아닌 울창한 숲에서 벌어집니다. 이곳의 지형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적군이었습니다.
ESV 18:8 For the battle spread over the face of all the country, and the forest devoured more people that day than the sword.
- The forest devoured (수풀이 삼키다): 문학적으로 매우 강렬한 표현입니다. 이는 험한 지형, 낭떠러지, 가시덤불 등으로 인해 병사들이 대열을 잃고 각개격파 당하거나 실족사했음을 암시합니다. 압살롬의 군대는 정규 훈련을 받은 다윗의 용병들(Joab's veterans)에 비해 게릴라전에 익숙지 않았을 것입니다. 숲은 훈련되지 않은 반란군에게 거대한 덫이 되었습니다.

압살롬의 최후는 역사상 가장 아이러니하고 시각적인 죽음 중 하나입니다.
ESV 18:9 And Absalom happened to meet the servants of David. Absalom was riding on his mule, and the mule went under the thick branches of a great oak, and his head caught fast in the oak, and he was suspended between heaven and earth, while the mule that was under him went on.
- Mule (노새): 당시 노새는 왕족의 권위를 상징하는 탈것입니다. 그가 왕처럼 보이려 했던 수단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습니다.
- Suspended between heaven and earth: 그는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공중에 매달렸습니다. 그의 자랑거리였던 풍성한 머리칼(혹은 머리 그 자체)이 그를 옭아맸다는 점은 그의 허영심이 몰락의 원인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3. 빛을 발하는 요압의 캐릭터
여기서 요압(Joab)의 캐릭터가 빛을 발합니다. 그는 다윗의 감상적인 명령("내 아들을 살려다오")을 철저히 무시합니다.
ESV 18:14 Joab said, “I will not waste time like this with you.” And he took three javelins in his hand and thrust them into the heart of Absalom while he was still alive in the oak.
- I will not waste time: 요압에게 압살롬은 제거해야 할 국가의 암덩어리일 뿐입니다. 압살롬이 살아 돌아간다면 또다시 내전이 일어날 것을 알기에, 요압은 주저 없이 창을 꽂습니다. 이는 마키아벨리적 정치 공학의 전형입니다. 왕의 마음을 아프게 하더라도 왕권을 지키는 것이 장군의 역할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4. 허무한 결말
압살롬의 시체는 처참하게 처리됩니다.
ESV 18:17 And they took Absalom and threw him into a great pit in the forest and raised over him a very great heap of stones...
압살롬은 생전에 자신을 위한 화려한 비석(pillar)을 세웠으나(18:18), 결국 그가 묻힌 곳은 숲속의 구덩이였고, 그 위에는 저주의 의미를 담은 돌무더기만 쌓였습니다. '스스로 세운 영광'과 '비참한 최후'의 극명한 대비입니다.
전쟁이 끝나자 소식을 전하려는 자들의 경쟁이 벌어집니다. 사독의 아들 아히마아스(Ahimaaz)와 구스 사람(the Cushite)의 달리기입니다.
- Ahimaaz: 좋은 소식(승리)만 전하고 싶어 합니다. 그는 압살롬의 죽음에 대해 모호하게 말하며 책임을 회피합니다. 전형적인 정치적 보신주의를 보여줍니다.
- The Cushite: 외국인 용병으로 추정되는 그는 감정 없이 팩트(Fact)를 전달합니다. "왕의 원수들은 다 저 청년과 같이 되기를 원하나이다."
이 장의 백미는 다윗의 반응입니다. 그는 왕으로서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아버지로서 완전히 패배했습니다.
ESV 18:33 And the king was deeply moved and went up to the chamber over the gate and wept. And as he went, he said, “O my son Absalom, my son, my son Absalom! Would I had died instead of you, O Absalom, my son, my son!”
- The chamber over the gate: 성문 위 다락방은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의 경계입니다. 그는 백성들 앞에서 환호하는 대신 숨어서 웁니다.
- Deeply moved (속이 상하다/전율하다): 원어적으로는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을 의미합니다.
- 정치적 해석: 다윗의 이 울음은 19장으로 이어지며 정치적 위기를 초래합니다. 목숨 걸고 싸운 부하들의 승리를 '부끄러운 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윗이 말년에 판단력이 흐려지고, 공적인 의무보다 사적인 감정에 치우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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