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왕조의 가장 치욕적인 순간 사무엘하 16장
사무엘하 16장은 다윗 왕조의 가장 어둡고 치욕적인 순간을 다룹니다. 아들 압살롬의 반란으로 도망자가 된 늙은 왕 다윗, 그 권력의 공백을 파고드는 기회주의자들, 그리고 억눌려왔던 구체제(사울 왕가)의 분노가 폭발하는 장입니다.
1. 몰락의 해부
이 장은 크게 세 가지 사건으로 나뉩니다. 다윗이 예루살렘을 떠나 광야로 나아갈 때 마주친 세 명의 인물(시바, 시므이, 아히도벨)은 각각 기회주의, 묵은 원한, 냉혹한 정치 공학을 상징합니다.
1. Ziba: The Opportunist (기회주의자 시바)
사울의 손자 므비보셋의 종이었던 시바는 다윗이 가장 취약할 때를 노려 접근합니다. 그는 엄청난 물자를 뇌물로 바치며 자신의 주인을 모함합니다.
2 Samuel 16:1-3 When David had passed a little beyond the summit, Ziba the servant of Mephibosheth met him, with a couple of donkeys saddled, bearing two hundred loaves of bread, a hundred bunches of raisins, a hundred of summer fruits, and a skin of wine. ... And the king said, "And where is your master's son?" And Ziba said to the king, "Behold, he remains in Jerusalem, for he said, 'Today the house of Israel will give me back the kingdom of my father.'"
- 타이밍의 예술: 시바는 빈손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빵 200개, 건포도 100송이, 여름 과일, 포도주 가죽 부대. 도망치는 군대에게 이보다 절실한 것은 없습니다. 이는 단순한 충성심이 아니라 치밀한 '베팅'입니다.
- 정치적 모함: 시바는 다리를 저는 주인 므비보셋이 "왕권 회복"을 꿈꾸며 예루살렘에 남았다고 거짓 보고합니다. 사실 므비보셋은 신체적 한계로 따라나서지 못한 것뿐일 수 있으나(후에 밝혀짐), 다급한 다윗은 팩트 체크 없이 므비보셋의 전 재산을 시바에게 넘깁니다.
2. 과거의 유령 시므이
다윗 일행이 바후림(Bahurim)에 이르렀을 때, 사울 가문의 친척인 시므이가 등장하여 저주를 퍼붓습니다.
[ESV] 2 Samuel 16:5-8 ...there came out a man of the family of the house of Saul, whose name was Shimei, the son of Gera, and as he came he cursed continually. And he threw stones at David and at all the servants of King David... And Shimei said as he cursed, "Get out, get out, you man of blood, you worthless man! The Lord has avenged on you all the blood of the house of Saul, in whose place you have reigned..."
🌟 다윗의 아들 압살롬과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의 같거나 다르거나 차이 알아보기
- 돌과 먼지: 시므이는 산비탈을 따라오며 돌을 던지고 먼지를 날립니다. 이는 단순한 공격이 아니라 공개적인 모욕(Public Humiliation)입니다. 화려했던 왕의 행렬은 이제 먼지 구덩이 속 패잔병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 "Man of Blood" (피를 흘린 자): 시므이의 저주는 뼈아픈 역사적 사실을 건드립니다. 베냐민 지파(사울의 가문) 입장에서 다윗은 찬탈자이며 학살자입니다. 다윗의 몰락은 그들에게 '정의 구현'으로 보였습니다.
- 다윗의 대응 (Realpolitik): 부하 아비새가 시므이를 죽이려 하자 다윗은 말립니다. "내 몸에서 난 아들도 내 생명을 해하려 하거든 하물며 이 베냐민 사람이랴." 이는 종교적 순종처럼 보이지만, 고도의 정치적 계산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시므이를 죽이면 다윗은 '폭군' 이미지를 굳히게 되고, 민심(특히 베냐민 지파)을 영영 잃게 됩니다. 그는 '박해받는 늙은 왕'의 이미지를 연출하며 동정론을 자극하고 있는 것입니다.

3. 마키아벨리스트 아히도벨
무대는 예루살렘 궁전으로 바뀝니다. 압살롬은 다윗의 책사였던 아히도벨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아히도벨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하는 전략을 제시합니다.
- 후궁을 취하는 의미: 고대 근동에서 선왕의 후궁을 취하는 것은 '왕위 계승의 완료'를 상징하는 정치적 퍼포먼스입니다. 이는 단순한 성적 타락이 아니라, 아버지의 권위를 짓밟고 자신이 새로운 주인임을 천명하는 의식입니다.
- 정치적 퇴로 차단: 아히도벨의 전략은 잔혹합니다. 아들이 아버지의 침실을 범했다는 사실이 공표되면, 부자(父子) 간의 화해는 불가능해집니다. 이는 반란군들에게 "이제 되돌아갈 길은 없다,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함입니다.
- 아이러니: 이 일이 벌어진 장소는 '지붕(Roof)'입니다. 과거 다윗이 밧세바를 훔쳐보며 욕망을 품었던 바로 그 장소에서,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후궁들을 범하며 다윗의 명예를 끝장냅니다. 역사의 잔인한 반복입니다.
[ESV] 2 Samuel 16:21-22 And Ahithophel said to Absalom, "Go in to your father's concubines, whom he has left to keep the house. And all Israel will hear that you have made yourself a stench to your father, and the hands of all who are with you will be strengthened." So they pitched a tent for Absalom on the roof. And Absalom went in to his father's concubines in the sight of all Israel.
4. 역사적 통찰
사무엘하 16장은 "권력은 진공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권력 이동기의 혼란: 다윗이라는 절대 권력이 흔들리자, 숨죽이고 있던 구세력(시므이/베냐민 지파)과 신흥 기회주의자(시바)들이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 정보전과 심리전: 전쟁은 칼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바의 거짓 정보, 시므이의 여론전(저주), 아히도벨의 상징 조작(후궁 사건)은 모두 칼보다 날카로운 무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