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일생을 마무리하는 회고록 사무엘하 23장
사무엘하 23장은 다윗이라는 인물의 일생을 마무리하는 회고록이자, 그와 함께 피를 흘렸던 전우들의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리스트입니다. 종교적인 해석을 걷어내고 보면, 이 장은 고대 근동의 왕권 이데올로기가 담긴 시(Poetry)와 헐리우드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전쟁 영웅들의 무용담(Saga)이 결합된 매우 흥미로운 텍스트입니다.

1. 첫 번째 섹션
Now these are the last words of David: the oracle of David, the son of Jesse, the oracle of the man who was raised on high, the anointed of the God of Jacob, the sweet psalmist of Israel."
사무엘하 23장은 한 시대의 장엄한 폐막식과 같다. 우리는 흔히 다윗을 양치기 소년이나 하프를 타는 시인으로 기억하지만, 23장이 그려내는 다윗의 진면목은 거친 광야에서 잔뼈가 굵은 군벌(Warlord)이다. 이 텍스트는 다윗이라는 절대 권력자를 정점으로, 그를 왕좌에 앉히기 위해 칼을 휘둘렀던 살수(The Assassins)들의 기록이다. 여기에는 종교적 경건함보다는 고대 근동의 피 냄새 나는 전장의 리얼리티와 왕권 강화를 위한 정치적 수사학, 그리고 헐리우드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하는 과장된 무용담이 뒤섞여 있다. ESV 텍스트가 전하는 다윗의 마지막 말과 용사들의 명단을 통해 야만과 영광이 공존했던 시대를 복기해 본다.
2. 정치적 신전
2. "The Spirit of the Lord speaks by me; his word is on my tongue. 3. The God of Israel has spoken; the Rock of Israel has said to me: When one rules justly over men, ruling in the fear of God, 4. he dawns on them like the morning light, like the sun shining forth on a cloudless morning, like rain that makes grass to sprout from the earth.
5. "For does not my house stand so with God? For he has made with me an everlasting covenant, ordered in all things and secure. For will he not cause to prosper all my help and my desire? 6. But worthless men are all like thorns that are thrown away, for they cannot be taken with the hand; 7. but the man who touches them arms himself with iron and the shaft of a spear, and they are utterly consumed with frie."
다윗의 마지막 말로 소개되는 1절부터 7절까지의 시는 일종의 통치 선언문이다. 그는 자신의 통치를 '구름 없는 아침의 햇살'과 '비 온 뒤 돋아나는 풀'에 비유한다. 이는 고대 농경 사회에서 왕이 가져야 할 절대적인 미덕인 풍요와 질서를 상징한다. 왕이 바로 서면 자연도 순응한다는 논리는 당시 모든 제왕이 추구했던 이데올로기였다. 그러나 이 시의 백미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가시나무'의 은유다. 다윗은 자신의 통치에 반하는 사악한 자들을 맨손으로는 만질 수 없는 가시나무로 규정한다.
이들을 다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도가 아니라 '철과 창자루(iron and the shaft of a spear)'다. 이는 평화로운 왕국의 이면에는 언제나 압도적인 무력이 전제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불에 태워 없애버려야 할 가시나무 같은 적들을 제압하기 위해, 다윗은 철저히 무력을 숭상하는 현실주의자였다. 그리고 그 철과 창자루가 되어준 이들이 바로 이어지는 명단의 주인공들이다.
8절부터 등장하는 '세 용사'의 기록은 역사적 서술이라기보다는 신화적 영웅담에 가깝다. 첫 번째 인물인 요셉밧세벳(아디노)은 단 한 번의 전투에서 800명을 죽였다.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수치이나, 고대 전쟁 문학 특유의 과장법이거나 좁은 협곡 등 지형을 이용한 일당백의 전투 상황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 숫자가 그가 가진 살상력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그는 다윗 왕조의 개국 공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인간 병기였는지를 보여주는 아이콘이다.
3. 초현실적 무용담
두 번째 용사 엘르아살의 묘사는 의학적으로 매우 구체적이고 끔찍하다. 10절은 그가 손이 지쳐서 칼에 붙을(his hand clung to the sword) 때까지 블레셋 사람을 쳤다고 기록한다. 이는 극심한 근육 경련이나, 피가 응고되어 손잡이와 살이 엉겨 붙은 참혹한 현장을 묘사한다. 동료들이 모두 도망간(retreated) 상황에서 홀로 전장에 남아 칼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공포를 초월하여 살육의 트랜스 상태(Berserker)에 빠진 전사의 광기를 보여준다.
세 번째 삼마의 에피소드는 서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무대는 녹두(lentils) 밭이다. 병력들이 도망칠 때 그는 밭 한가운데 버티고 서서 땅을 지켜냈다. 거창한 명분이 아니라 식량이라는 생존의 문제를 두고 벌어진 이 전투는, 고대 전쟁이 영토 확장을 넘어 약탈과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이었음을 상기시킨다.
4. 베들레헴 우물물의 누아르
3절에서 17절에 기록된 '베들레헴 우물물 사건'은 다윗과 그의 부하들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맹목적인 충성으로 묶여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누아르의 절정이다. 산채(아둘람 굴)에 은거하던 다윗은 적진 한가운데 있는 고향의 우물물을 그리워한다. 이는 단순한 갈증이 아니라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향수였다. 그러나 리더의 가벼운 탄식은 부하들에게 목숨을 건 침투 명령이 되었다.
세 용사는 블레셋 진영을 '돌파(broke through)'하여 물을 떠온다. 여기서 다윗이 보여준 행동은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퍼포먼스이자 제의적 행위다. 그는 물을 마시지 않고 땅에 쏟아버리며 그것을 '용사들의 피'라고 명명한다. 자신이 마셔버리면 그저 물이 되지만, 땅에 쏟아 신에게 바치면 그것은 성스러운 희생이 된다. "나는 너희의 피를 헛되이 소비하지 않는다"는 이 강렬한 메시지는 부하들을 전율케 했을 것이며, 다윗이라는 카리스마적 리더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집단을 만들어냈다.
브나야의 등장은 장르를 판타지 스릴러로 바꾼다. 20절은 그가 '눈 내린 날(snowy day)', '함정(pit)' 속에서 사자를 죽였다고 기록한다. 팔레스타인에 눈이 내리는 희귀한 기상 이변, 미끄럽고 시야가 차단된 좁은 구덩이, 그리고 맹수와의 사투. 이 시각적 이미지는 압도적이다. 또한 그가 5규빗이나 되는 이집트 거인의 창을 빼앗아 그 창으로 적을 죽였다는 기록은, 다윗 시대의 전쟁이 단순히 국가 간의 대결이 아니라 괴물 같은 용병들과의 이종 격투기였음을 보여준다. 브나야는 훗날 솔로몬의 정적들을 숙청하는 칼날이 되는데, 본문의 묘사는 그가 왜 가장 잔혹한 임무에 적합했는지를 증명한다.
30인의 용사 명단이 지루하게 이어지다가 39절, 텍스트는 가장 충격적인 이름으로 끝을 맺는다. "헷 사람 우리아(Uriah the Hittite)." 이 명단은 다윗 왕국의 영광을 만든 공신들의 리스트다. 하지만 그 명단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다윗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감추기 위해 전장에서 죽게 만든 충신 우리아다.
편집자는 의도적으로 우리아를 맨 마지막에 배치했다. 이는 다윗의 위대한 승리와 통치 철학, 그리고 영웅들의 무용담을 나열한 뒤에 찍은 방점과도 같다. 독자는 이 마지막 이름을 읽는 순간, 앞서 나열된 모든 영광이 배신과 음모 위에 세워졌음을 깨닫게 된다. 23장은 다윗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권력의 비정한 속성과 피 묻은 역사를 고발하며 끝나는 서늘한 비평서다. 결국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지만, 그 행간에는 지워지지 않는 핏자국이 남아 있음을 사무엘하의 저자는 우리아의 이름을 통해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