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왕의 딜레마 사무엘하 19장
사무엘하 19장은 크게 세 가지 사건으로 압축됩니다: 세바(Sheba)의 선동, 요압(Joab)의 잔혹한 정적 제거, 그리고 아벨 성의 현명한 여인과의 협상입니다. 신앙적 해석을 배제하고, 냉혹한 권력 투쟁과 고대 근동의 전쟁사를 중심으로 ESV 본문을 분석하겠습니다.

1. 분열의 불씨
다윗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오자마자 북쪽 지파(이스라엘)와 남쪽 지파(유다) 사이의 갈등이 폭발합니다. 이 틈을 타 '불량배(worthless man)'라 불리는 세바가 등장합니다.
2 Samuel 20:1-2 (ESV) Now there happened to be there a worthless man, whose name was Sheba, the son of bechri, a Benjaminite. And he blew the trumpet and said, "We have no portion in David, and we have no inheritance in the son of Jesse; every man to his tents, O Israel!" So all the men of Israel withdrew from David and followed Sheba the son of Bechri. But the men of Judah followed their king steadfastly from the Jordan to Jerusalem.
부족 연맹의 취약성: 다윗의 왕국은 현대적인 국가가 아니라,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부족 연맹체였습니다. 세바의 구호 "We have no portion in David"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다윗 가문(유다 지파)의 패권주의에 대한 북부 지파의 뿌리 깊은 반감을 자극하는 정치적 슬로건입니다.
"Every man to his tents": 이 표현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뜻이 아니라 "전투 태세를 갖추고 각자의 진영으로 복귀하라"는 군사적 해산 및 재집결 명령에 가깝습니다.
2. 다윗 왕조의 그림자
이 장의 마지막(23-26절)은 다시 다윗의 관료 명단으로 끝납니다. 겉으로는 질서가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한 사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 요압의 생존: 다윗은 요압을 제거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요압은 경쟁자(아마사)를 죽이고 다시 군대 장관 자리를 꿰찼습니다. 다윗 왕권의 '필요악(Necessary Evil)'으로서 요압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 강제 노역(Forced Labor): 24절에 등장하는 '아도람(Adoram)'은 감역관(in charge of the forced labor)입니다. 이는 다윗 말기에 솔로몬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백성들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강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훗날 왕국 분열의 또 다른 불씨가 됩니다.
3. 기회주의자의 생존법
다윗이 요단강을 건너 환궁하려 하자, 가장 먼저 달려나온 사람은 다윗이 도망칠 때 돌을 던지며 저주했던(16장) 시므이입니다.
2 Samuel 19:19-20 (ESV) And said to the king, "Let not my lord hold me guilty or remember how your servant did wrong on the day my lord the king left Jerusalem... For your servant knows that I have sinned. Therefore, behold, I have come this day, the first of all the house of Joseph to come down to meet my lord the king."
빠른 태세 전환: 시므이는 베냐민 지파 사람 1,000명을 대동하고 나타납니다. 이는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나를 죽이면 베냐민 지파 전체와 척지게 될 것"이라는 무언의 시위이기도 합니다.
다윗의 정치적 사면: 옆에 있던 아비새가 "죽여야 한다"고 길길이 날뛰지만, 다윗은 시므이를 살려줍니다. 지금은 복수할 때가 아니라, 분열된 민심을 통합해야 할 때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윗은 이 모욕을 잊지 않았습니다. (훗날 솔로몬에게 그를 처단하라고 유언합니다.)
4. 진실 게임
사울의 손자이자 요나단의 아들, 절름발이 므비보셋(Mephibosheth)이 다윗을 맞이합니다. 다윗이 도망갈 때 므비보셋의 종 시바(Ziba)는 주인(므비보셋)이 반역을 꾀한다고 고변하고 재산을 가로챘었습니다. 이제 대면의 시간입니다.
Samuel 19:24, 29 (ESV) And Mephibosheth the son of Saul came down to meet the king. He had neither taken care of his feet nor trimmed his beard nor washed his clothes, from the day the king departed until the day he came back in safety. ... And the king said to him, "Why speak any more of your affairs? I have decided: you and Ziba shall divide the land."
므비보셋의 행색(씻지 않은 발, 정리 안 된 수염)은 그가 다윗의 부재 기간 동안 애도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그는 시바가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합니다.
19장의 마지막은 환영식장에서 벌어진 유다 지파와 나머지 이스라엘 지파 간의 말싸움으로 끝납니다.
- Stolen you away" (왕을 훔쳐가다): 북쪽 이스라엘 지파들은 다윗의 복귀 과정에서 자신들이 소외된 것에 분노합니다. "왜 우리와 상의도 없이 유다 지파끼리만 왕을 모셔왔느냐"는 항의입니다.
- 파벌 싸움: 유다 지파는 "왕이 우리 친척(종친)이니까 당연하다"고 맞서고, 이스라엘은 "우리는 10지파다. 지분이 더 많다"고 맞섭니다.
- 20장과의 연결고리: 이 말싸움(shouting match)에서 유다 지파의 말이 더 거칠었습니다(fiercer). 감정이 상한 이스라엘 지파들은 결국 "다윗과 우리는 상관없다"며 돌아섭니다. 바로 이 틈을 타서 20장의 **세바(Sheba)**가 "다윗에게서 얻을 몫이 없다!"고 외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