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하 제국의 시대 열왕기상 4장
피비린내 나는 숙청과 권력 투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 세워진 솔로몬의 제국은 거대한 행정 기계와 같았다. 열왕기상 4장은 신의 축복이 내린 평화로운 왕국의 묘사가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중앙집권적 관료제와 무자비한 조세 시스템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고대 근동의 정치 누아르다. 전사들의 시대는 저물고, 문서와 세금이 지배하는 냉혹한 제국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1. 엘리트 관료 카르텔
King Solomon was king over all Israel, and these were his high officials: Azariah and Ahijah the sons of Shisha were secretaries; Jehoshaphat the son of Ahilud was command of the army: Zadok and Abiathar were priests; 5. Azariah the son of Nathan was over the officers; Zabud the son of Nathan was priest and king's friend. 6. Ahishar was in chage of the palace; and Adoniram the son of Abda was in charge of the forced labour.
텍스트의 서두를 장식하는 것은 솔로몬을 둘러싼 핵심 관료들의 명단이다. 다윗 시대의 거친 용병 대장들이나 야전 사령관들의 이름은 뒤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서기관과 기록관이라는 엘리트 지식인들이 채운다. 펜과 문서 행정이 칼을 대체한 것이다. 제사장 사독의 아들 아사랴가 관료 명단의 정점에 오르는 장면은 흥미롭다. 이는 종교적 권위가 독립성을 잃고 국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완벽한 하부 행정 기관으로 편입되었음을 시사한다. 왕의 주변은 철저히 전문화된 관료들로 둘러싸였고, 이들은 왕의 눈과 귀가 되어 거대한 국가 시스템을 통제하는 이너 서클을 형성했다.
2. 부족주의의 해체
7. Solomon had twelve officers over all Israel, household. Each man had to make provision for one month in the year. 8. These were their names; Ben-hur, in the hill country of Ephraim; 9. Ben-deker, in Makaz, Shaalbim, Beth-shemesh, and Elonbeth-hanan; 10. Ben-hesed, in ㅁrubboth(to him belonged Socoh and all the land of Hepher); 11. Ben abinadab, in all Naphath dor (he had the villages of jair the son of Manasseh, which are in Gilead, and he had the region of Argob, which is in Bashan, sixty great cities with walls and bronze bars); 14. Ahinadab the son of Iddo, in Mahanaim; 15. Ahimaaz, in Naphtali(he had taken Basemath the daughter of Solomon as his wife); 16. Baana the son of Hushai, in Asher and Bealoth, 17 Jehoshaphat the son of Paruah, in Issachar, 18. Shimei the son of Uri, in the land of Gilead, the country of Sihon king of the Amorites and of Og king of Bashan. And there was one governor who was over the land.
이어지는 영토의 재편 과정은 솔로몬이 지닌 정치적 잔혹함과 치밀함을 동시에 폭로한다. 왕은 전통적인 열두 지파의 경계를 자의적으로 지워버리고 영토를 완전히 새로운 열두 개의 행정 구역으로 나눈다. 이는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지방 지파장들의 기득권과 세력 기반을 해체하고, 모든 통제력을 예루살렘 중앙 정부로 집중시키려는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통치 기법이다. 새로 임명된 열두 명의 구역 장관들은 1년에 한 달씩 왕실의 막대한 유지비와 식량을 감당해야 하는 가혹한 할당량을 부여받았다.
이 통치망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 것은 혈연이라는 사슬이다. 구역 장관 중 두 명인 벤아비나답과 아히마아스는 솔로몬의 딸들과 혼인한 사위들이었다. 철저한 정략결혼을 통해 지방의 최고 권력자들을 왕실의 거미줄에 묶어둔 것이다. 이로써 반역의 가능성은 차단되고, 제국의 혈관을 통해 지방의 부가 중앙으로 빨려 들어가는 완벽한 파이프라인이 구축되었다.
20. Judah and Israel were as many as the sand by the sea. They ate and drank and were happy. 21. Solomon relued over all the kingdoms from the Euphrates to the land of the Philistines and to the border of Egypt. They brought tribute and served Solomon all the days of his life.
22.
3. 폭식하는 제국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모든 사람이 각자의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서 안전하게 살았다는 텍스트의 묘사는 완벽한 유토피아를 상상하게 한다. 그러나 이 목가적인 풍경의 이면에는 하루에 고운 밀가루 삼십 고르, 살진 소 열 마리와 초장의 소 스무 마리, 양 백 마리와 각종 사냥 고기를 먹어 치우는 거대한 왕실의 폭식이 존재한다. 지방의 백성들이 생산한 잉여 가치는 블랙홀처럼 예루살렘 궁정으로 빨려 들어갔다.
또한 텍스트는 왕이 소유한 4만 개의 말구유와 1만 2천 명의 마병을 건조하게 나열한다.
각 구역의 장관들은 왕의 식탁뿐만 아니라 이 거대한 기병대와 병거 부대를 유지하기 위한 보리와 짚까지 할당된 규례대로 끊임없이 공급해야 했다. 겉으로는 사방의 국가들과 조약을 맺어 전쟁이 없는 팍스 솔로모니카의 시대였으나, 내부적으로는 팽창하는 군산복합체를 먹여 살리기 위해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거대한 압력솥과 같은 상태였다.
4. 통치 수단이 된 솔로몬의 방대한 지식
솔로몬의 지혜에 대한 묘사는 신비주의적 환상을 걷어낼 때 더욱 날카로운 의미를 지닌다. 레바논의 거대한 백향목부터 담벼락에 기생하는 우슬초까지, 그리고 짐승과 새와 물고기까지 아우르는 그의 지식은 당대 최고의 정보망을 통해 수집되고 집대성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다. 고대 사회에서 자연 사물을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곧 그것에 대한 지배권을 의미했다. 솔로몬의 지혜는 자연과학이자 동시에 세상을 통제하려는 권력자의 앎이다.
천하의 모든 왕들이 그의 지혜를 듣기 위해 사절단을 보냈다는 결말은 이스라엘이 단순한 경제, 군사 강국을 넘어 근동의 문화와 지식 패권까지 장악했음을 선언한다. 예루살렘은 정보가 모이고 가공되는 당대 최고의 지식 허브였으며, 왕은 그 정보력을 바탕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그가 삼천 개의 잠언을 말하고 천오 개의 노래를 지었다는 기록(spoke 3,000 proverbs, and his songs were 1,005)은 그를 낭만적인 문학가로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고대 사회에서 지혜 문학은 국가가 백성들의 사상과 윤리를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프로파간다였다. 삼천 개의 잠언은 거대한 관료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엘리트 계층에게 주입된 행동 강령이자 세뇌 도구였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승인한 규범만이 노래와 격언의 형태로 제국 전역에 유통되며 백성들의 입과 귀를 통제한 것이다.
더욱 서늘한 대목은 박물학자로서의 면모다. 레바논의 백향목부터 담장에 나는 우슬초까지, 짐승과 새와 파충류와 물고기에 대해 논했다(spoke of trees... beasts, birds, reptiles, and fish)는 구절은 호기심 많은 학자의 관찰기가 아니라, 철저한 경제적, 군사적 자원 조사 보고서로 읽어야 한다. 제국의 국경 너머에 있는 최고급 건축 자재인 목재의 상태를 파악하고, 각 지역의 생태와 특산물을 분류하는 작업은 정확한 조세 징수와 무역 독점을 위한 필수적인 빅데이터 구축 과정이었다. 식물과 동물에 이름을 붙이고 그 용도를 규정하는 행위는 곧 그 모든 영토와 피조물에 대한 왕의 배타적 소유권을 선언하는 제국주의적 행위다.
결국 천하의 모든 왕들이 솔로몬의 지혜를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people of all nations came to hear the wisdom of Solomon)는 4장의 마지막 문장은 화려한 외교 무대의 묘사이자, 동시에 강압적인 정보 강탈의 현장이다. 각국의 사절단은 예루살렘의 거대한 궁정에 진귀한 공물과 함께 자국의 핵심 기밀과 지정학적 정보를 바쳐야만 했다. 그 대가로 그들은 솔로몬이 철저히 가공하여 허락한 지식의 파편들만을 얻어갔을 것이다.
솔로몬의 방대한 지식의 원천은 초자연적인 영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집트에서 유프라테스까지 뻗어 나간 무역로, 철저히 구획된 열두 행정 구역에서 한 달 단위로 올라오는 촘촘한 세금 및 동향 보고서, 그리고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주변국 궁정에 심어둔 스파이들이 쏟아내는 기밀 문서의 집합체였다. 지혜라는 거룩한 이름으로 포장된 이 방대한 지식은, 제국이라는 거대한 기계 장치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굴러가게 만드는 최고급 통치 기술이자 모든 피지배층을 감시하는 파놉티콘의 눈이었다.